여름 밀린 일기
이제 여름을 보내는 노하우가 늘었다. 휴가는 멀리 가지 않는다. 에어컨은 상시 가동하고 운동은 꾸준히 다닌다. 뭔가를 하고 싶거든 새벽에 한다. 밤도 덥다, 샤워하고는 조신하게 있자. 그래서? 올해는 조금 나았던 것 같기도 하다. 현물 vs 현금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금리는 올릴 줄 알았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 보다. 환율은 가파르게 오르지만 손쓰지 않는다. 집값도 꾸역꾸역 오르고 현물의…
펜할리곤스 향수 스코틀랜드 방문했다가 귀국길에 산 것들 중 하나가 펜할리곤스 포트레이트 시리즈다. 이 시리즈 매력은 캐릭터가 죽으면 단종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거다. 향이 가지는 매력과 스토리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단번에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펜할리곤스는 니치 향수 브랜드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 라인업이 지나치게 다양해서 신기할 정도이다. 아무리 향수만 만드는 브랜드라도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어떻게 개발하고 사나…
여름의 풍경은 싱그럽기도 하고 으리으리하기도 하다. 자연의 지배를 받기에 이런 햇살과 이런 온도라면 사람은 그저 유유자적하고 넉넉할 것 같은데 올해 여름은 특별할 정도로 감각이 예민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뮤지엄 산에 다녀왔다. 명상관을 처음 들어갔는데 소리 파형을 온몸으로 느끼는 기분은 공간이 주는 감흥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여름의 뙤약볕이 묘하게 느껴지는 공기도 좋았다. 기획전시 곰리전은 특별했다. 전세계에서 최초로 안도타다오와…
사람은 취약하다. 사람의 취약성을 아끼는 마음은 그러나 때로는 내 취약함을 합리화하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유혹에 약할 수도 있고 의지가 약할 수도 있다. 순간의 즐거움을 가장 우선 순위에 놓고 사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책임을 요한다. 사람은 상황 속 자신의 모습을 평가하는 재능이 있다. 미울지 고울지 속일 수는 있어도 스스로는 끝끝내 안다. 취약한 사람의 본성을 마주하고…
봄은 봄, 4월 사월이 되자 느티나무에 새 잎이 올라왔다. 비가 온 다름 날 갑자기 모든 가지마다 올라오는 새 잎들에 여러번 맞이 했던 봄이지만 아름다움이 생소한 수준이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봄이라 살랑이는 연두 잎들이 참 아름다웠다. 정원에 찾아온 4월 내가 심어놓은 것이 많은 정원이니 겨우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가 다시 올라오는 새싹에 반가움이 무한정이다. 여기엔 쟤가 있었고…
어느 당직날 새벽이었다. 콜을 받고 이후 잠을 이루지 못했다.무더운 여름, 내내 일만 했다. 방콕보다 무더운 여름, 방콕은 못가도 방콕처럼 놀기 위해 나선 매리어트 호텔이다. 3호선 타고 압구정 CGV 가기도 좋아서 아이맥스관 에얼리언을 예약했다. 일하느라 놓친 퍼펙트 데이즈도 예약했다. 에얼리언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봤다. 퍼펙트 데이즈는 잘 살려고 하지만 시선에 지배 당해 하루에도…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한해의 절반이 흘렀다. 이 시국에도 올해는 대면학회를 힘겹게 지속했다. 학회에서 만나는 동료들은 저마다 학회에서야 내가 교수였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다며 서로 위로하곤 했다. 춘계학회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시작했다. 국제학회였고 워커힐에서 했다. 강의도 했고, 스승의 날쯔음이라 제자도 만났다. 고맙게 건네받은 제자의 편지와 선물을 두르고는 워커힐 호텔방에서 인증샷을 보내보며 서울의 봄날씨를 만끽했다. 어느덧 만삭인 승원이가…
브롬톤 라이딩이 하고 싶은데 주말 당직이 많아지면서 그것도 계획이 필요했다. 어제는 계획된 라이딩의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채비를 했다. 사이클 쇼츠를 입고 그 위에 라파 반바지를 입었다. 몇달 전 신사동 라파에 들러 새로 산 장갑도 꼈다. 오클리 수트로 끼고, 사우전드 헬맷도 쓰고. 장비는 없는게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오랜만에 하는 라이딩이다. 원주 기업도시 집에서 나와…
I. 옛날 이야기 90년대 후반 우리는 라디오를 들으며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했다. 2000년대 초반에 소리바다, 토렌트 등을 뒤지며 음원을 다운로드 받고, 그걸 CD에 구워서 듣다가, USB에 옮겨서 듣다가 도토리를 사서 수집한 내 리스트를 재생하면서 블루투스 지원되는 오디오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실버 애플 팟은 트렌드의 상징이었다. 그 후 음원 구독 사이트가 열렸고, 블루투스는…
대림 미술관은 popularity를 추구하는 큐레이팅을 한다. MSCHF는 ‘고상한 척 하는 것들을 소름 끼치게 싫어하는‘을 주제로 창조 혹은 예술 활동으로 최근 유명해졌다. 둘은 잘 어울린다. 다시 봄이 되었고 주말이 되자 설레인다. 자전거도 탈 겸 봄을 여는 관람으로 대림 미술관의 ‘지나치게 유명한’ 미스치프 MSCHF 관람을 하기로 했다. 표를 예매하고 전시 설명을 듣기 위해 대림 미술관 어플을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