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하고 싶은 책, 코드 브레이커

책을 읽고 메모해두지 않으면 읽은 책인지도 불투명하고, 내용도 잘 안기억나니. 이런 내가 낯설다. 고전 도서를 읽으며 보냈던 봄 날의 기억은 X에만 짧막하게 남았다. 5월이 되었고 초여름 같은 날씨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달 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도 그랬고 이번 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도 그랬고. 학회 참석하는 동안 오랜만에 병원 일을 떠나 요즘의 내 삶을 돌아봤다. 우선, 독서의 양과 질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있었고 여러 분야 강의를 듣다 보니 내가 연구하는 분야 논문만 읽는 시간도 아쉽다는 생각이 못내 들었다. 면역 쪽, AI 쪽, 기초 과학 쪽 IF가 높은 저널들을 좀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반복해서 스쳐갔다. 이래서 연구년이라는 걸 쓰면서 책에만 파묻히는 시간도 필요한 거구나. 알수록 재미있는 과학의 매력이란 걸 깨달았다 하기엔 지금이 부적절한가 싶지만, 그런 호기심과 즐거움에 적절한 때라는 게 따로 있는 건 아니란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이 들던 때에 만난 코드 브레이커는 지금 내게는 최고로 필요했던 ‘전기’이다. 제니퍼 다우드나라는 생소한 과학자에 대한 전기로 2021년 출간되었다는데 나는 코로나 시절, 전혀 모르고 지나보낸 책이다. 이 책 읽는 내내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데 20년째 의사-과학자로 살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요소를 채우고 응원받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제일 큰 고마움은 책의 내용이 나로 하여금 과학을 하는 순수한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시간과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협능과 인맥,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고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래저래 나한테 너무 귀한 책이고, 의대 학생들, 혹은 동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크레마클럽 월 정액제는 매력이 있다. Sam, 크레마를 거쳐 세번째 이북인 페블을 1년 넘게 쓰면서 계속 크레마클럽 정액에 속해 있는데 독서량이 왠만하다고 해도 충분한 양의 책들이 클럽에 있고 그 덕에 적지 않은 다양한 분야 독서를 하게 되는 것도 좋다. 작은 집에 책이 쌓이지 않는 것도 좋다. 와인도, 책도. 두번 하고 싶어도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을 만큼 세상엔 좋은 책도 흥미로운 주제도 많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