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아시아나 마일리지 소멸을 앞에 두고 급 계획된 나고야 여행이었다. 비행기 티켓팅 후 호텔 예약을 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늦어서인지 비용도 높았지만 나고야 전체에 방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로 나고야 벚꽃이 좋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일주쯤 흐르고서야 알았다. 스즈카 F1 경기 주말이라서 나고야에서 투숙하는 팬이 많다는 걸. F1 팬이긴 하지만 난데없이 스즈카 까지 갈 엄두는 못내겠고 큰 기대 없이 쉬고 싶은 마음만 큰 상태로 3월 마지막 주가 되었다. 6개월 정도 일하면 유독 질리는 것 같다. 일하는 자세에도 매너리즘이 쌓이고, 일상의 반복에도 감사함이 걷힌다. 기운이 유독 없었던 3월 한달의 침침한 날씨를 뒤로 하고 비행기를 탔다. 아시아나 비행기 몇년 만에 탔는데 놀라울 정도의 2000년대 무드 스크린을 갖고 있었다. 기내식 먹고 조금 졸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나고야 공항은 놀라울 만큼 한적했다. ATM 인출하고,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서 좀 마시며 셔틀버스를 타고 나고야 간코 호텔에 체크인했다. 호텔 옆에 위치한 우나우 오카후치에서 특상 히츠마부시와 따뜻한 사케를 배불리 먹고 나서야 내가 나고야에 온 게 실감났다. 처음 먹는 입에 녹는 느낌! 비가 와서 일찍 지치는 날이었지만 오스 상점도 슬쩍 돌아보고 Kapital에서 카트만두 셔츠와 치노 모자도 하나 사보았다.

Day 2. 둘째날은 부쵸커피에서 나고야식 아침으로 시작했다. 꽉찬 매장에서 나고야식 아침을 먹고 기운을 받고 나니 몸이 리셋되는 느낌이다. 이제서야 휴가다 싶다.

밤새 내린 비에 젖은 벚꽃에 호젓한 거리를 둘이서 걸으니 마음이 설레인다. 오전에 호텔에서 조금 쉬고 있다보니 날이 게이기 시작했고 이어 환상적으로 변했다. 일년이 넘은 느낌이었다. 이런 완벽한 봄날을 만난건.

라무치이 오픈에 맞춰서 먹어본 미소카츠! 나고야 안왔으면 모르고 살았을 맛에 돈까츠의 매력을 알아보았다. 후식으로 고메다커피 본점 창가에 앉아 바라본 미츠코시 백화점의 맑고 청량했던 느낌도 눈에 선하다. 쇼핑도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고 많이 했다. 마수나가 금테 안경 갖고 싶었는데 Lachic 6층에 단독 매장을 찾았다. 이것 저것 써보다가 우아! 하면서 선택한 코드G 금테. 내 세번째 안경테다. Fabio에서 그리 찾던 레이스 양말을 포함해서 얇고 알록달록한 양말을 담았다. 오니츠카타이거에서 산 멕시코 66 건메탈 TGRS. 중요한건 255mm가 있다는 사실! 우리나라는 수입을 안하는 사이즈라 바로 결제하고는 흥겨웠다. 에르메스 매장도 인상적일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줄서러 매장 들어가는 거 못하는 내가 처음 구경해본 에르메스. 마음속에 찜해두었던 까레 한장을 둘러볼까? 하며 들어갔는데 떡하니 제일 앞줄에 걸려 있던 노무라 다이스케 신상 스카프! 잘 어울리더라. 다음 기회에는 피에르 마리 것도 한번 걸쳐보고 싶다. 해가 기울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골목을 걸어 아나토미카 나고야점으로 이동해보았다. 재고가 충분했고 직원분도 친절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바지 몇개 입어보았다. 내가 이번에 고른건 헤라클레스 진. 마릴린 원 28이 너무 정 핏이라 이번엔 30 인치를 사 와서 집에서 원워시 하고 말리는데 파란 빛이 너무 마음에 들게 올라온다. 라이트 온스 생지 데님은 처음이다. 이번 여름이 기대된다.

저녁은 호텔 근처에 위치한 로바다야키 이부시긴 후시미역점에서 생맥주에 신선한 재료를 다양한 화력으로 조리한 메뉴를 곁들였다. 둘다 술은 잘 못하지만 이자카야의 무드는 애정한다.
Day 3. 아침부터 화사하고 청량한 날씨가 반짝이던 봄날이다.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뜻했다. 나고야 성쪽으로 이동해서 카페 봉봉에서 롤케잌과 비엔나커피를 먹었는데 계란 향 가득한 크림이 너무 좋았다. 일본 디저트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아즈넉한 곳이었다.

나고야 성을 바라보며 메이조 공원을 걸었다. 관광화 되지 않은 그야 말로 동네 공원에서 벚꽃이 봄을 알리는 시기에 이 곳을 방문한 기념 사진을 남겼다. 한번 더 먹고 싶었던 미소카츠를 호텔 근처 위치한 Katsumura에서 먹었다. 이 집은 고기가 더 담백하고 소스는 더 진하다. 맛있었다!!!! 든든히 먹고는미라이타워 근처 상점가로 이동하여 화려하지 않아 사람을 더 편안하게 하는 이 도시의 매력을 느끼며 산책을 이어갔다. Venchi 헤이즐넛 젤라또에 일본 시즌 메뉴인 유자 젤라또를 섞어 콤비로 먹으며 테라스에 앉아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봄의 풍경과 햇살과 바람을 만끽했다. 파라부츠 매장에 들러 예약 걸었던 젬스의 클루사즈를 픽업하고는 첫날 비가 와서 아쉬웠던 오스 상점을 걸으며 노을을 즐겼다.

오스로 이동한 김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웨어하우스에 방문했다. 아쉽게도 내 사이즈는 많지 않았지만 젬스 사이즈는 있었다! 젬스 1105 워싱진, 헨리넷 고르고는 호텔 근처에서 저녁으로 먹은 미소노한텐みその飯店 타이완라멘. 맵고 짜고 다 해서 중독력을 느꼈다.
Day 4. 출국 날이다. 여유 있게 체크아웃을 하고는 마루노우치 역으로 이동해서 도심 속 수양 벚꽃을 구경했다. 봐도 봐도 아름다운 나무인데 육교에서 만지니까 톡 끊어져서 놀랬다. 이렇게 예쁘게 크기가 쉽지 않은 나무인가 보다.

parco 오픈과 함께 키디랜드에 올라가서 예쁜 스누피 소품 몇개와 선물 인형도 사고 The cap에서는 stoked zebra 모델을 샀는데 직원분의 어시스트가 내가 모자에 다시 눈뜨게 된 계기가 되었다. 모자 핏을 너무 잘 잡아주었다! 하브스 파르코점으로 이동해서 오픈을 기다렸다가 시즌 메뉴인 딸기 크레이프를 먹었다. 하브스 크레이프는 언제 먹어도 너무 맛있다. 길 건너 나고야 리바이스 매장도 기대보다 크고 멋졌다!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고 있는 길이 31인치 블루탭 드롭 배럴진이 내 사이즈로 딱 한개 재고가 남아 있었다. 리바이스 매장 옆 가챠샾이 압권이었다. 네번 시도 해서 모두 내가 갖고 싶은 것만 뽑았던 그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 매장에서 캡슐 뜯다가 유리 넘어 본 맞은 편 스투씨에서 skate stack zip hoodie를 faded black으로 선물용으로 잽싸게 사서 셔틀 버스 시간에 맞춰 호텔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회전 스시 마루타에서 점저 먹고 내 반드시 또 오리라! 하면서 돌아온 내 첫 나고야 기록은 이렇게 끝이다. 나고야는 도시가 작지만 충실하고 특별 할 거 없이도 잘 정돈된 한적함이 있어 수수하면서도 아름답다. 휴가를 보내기에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