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드닝과 학회에 바빴던 4월

봄은 봄, 4월

사월이 되자 느티나무에 새 잎이 올라왔다. 비가 온 다름 날 갑자기 모든 가지마다 올라오는 새 잎들에 여러번 맞이 했던 봄이지만 아름다움이 생소한 수준이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봄이라 살랑이는 연두 잎들이 참 아름다웠다.

정원에 찾아온 4월

내가 심어놓은 것이 많은 정원이니 겨우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가 다시 올라오는 새싹에 반가움이 무한정이다. 여기엔 쟤가 있었고 저기엔 얘가 있었고… 쟤는 언제 올라오나 싶고 얘는 진짜 빨리도 큰다 싶고.. 제각각 이다. 작년에 꽃대를 올린 은사초를 자르지 않고 두면서 내심 기대했는데 마사 사이에 씨앗을 잘도 내려서 번식을 엄청 잘 했다. 은사초가 가득한 정원을 기대하며 은사초 자라는 땅에 번식하는 잡초들을 부지런히 제거 하느라 여기 저기 쑤시고 얼굴도 그을렸다. 그래도 정원은 가꾸는 과정에서 엄청난 행복을 주는 것 같다. 이 계절은 주말 내내 바쁘다.

새로이 심다

올해는 노각나무, 라일락나무, 산진달래, 붓꽃나무 이렇게 나무를 총 네 그루 땅에 심고 블루베리 나무와 산사해당화 나무를 화분에 심었다. 그동안 화초 위주로 가꿔왔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어 키워보겠다는 결심을 2년차에야 했다. 큰 전정 가위도 샀고, 삽질도 했고 나무 지주대 세우는 방법을 유튜브로 구경하며 작은 나무도 꼼꼼하고 보기 싫은 수준으로 지주대를 세워주었다. 무엇보다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다.

학회

의정 사태 장기화로 학회도 어려운 시간을 계속 보내고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가 부족해서 초록 접수 양이 예전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도 오랜만에 구연발표를 직접해서 우수 구연상을 받았다. 듀피젠트의 disease modification에 대해 런치온 연자 발표도 끝냈다. 강의는 늘 내가 오히려 내가 공부하는 시간인 것 같다. 학회 끝나서 홀가분 하다.

연구

TCL 을 생화학 교실 교수님과 세팅해보고 있다. 나도 내 연구원이 있으면 좋겠는데 좀체 용기가 나지 않는다. 실험 논문들이 쓰고 나면 확실히 태가 다르다. mutant 재조합 항원은 항원성이 잘 보존되는 것을 타겟으로 삼아 다시 진행해본다

쇼핑, 그리고 가계부

가장 큰 쇼핑은 작업실 가구를 산 것이다. 무지에서 조립형 선반 SUS를 여럿 샀고 긴 기다림 끝에 오늘 배송이 들어온다. 물건 정리할 게 많아서 설치 후 모습이 기대가 된다. 학회에는 새로 산 지미추 펌프스를 신고 갔다. 편하고 참 마음에 들었다. LV 무라카미 콜라보 에디션 중 체리 스피디가 풀려서 선주문 했다. 짧은 시간에 이탈리아 여행까지 이런 저런 대규모? 쇼핑을 하고 나니 문득 어렵게 벌어 너무 쉽게 쓰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계부를 사서 수기로 쓰기 시작했다. 요즘은 가계부가 정말 잘 나오더라. 4월이라고 가격도 많이 할인되어 있고. 가계부 쓴지 딱 하루 되었다. 쇼핑, 여행에 1년 예산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대출 상환과 저축에도 1년 목표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

두 번 결석을 하긴 했지만 꽤 준수하게 출석했다. 초급반이 더 재미있고 어려운 면이 있다. 꾸준히 잘해서 나도 언젠가 토슈즈 신고 예쁘게 인증샷 남기고 싶긴 한데 은근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 발목도 골반도 예전 같지 않고 특히 축다리 힘쓰는 게 예전 같지 않은 걸 많이 느낀다. 그래도 안 하는 자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하며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다음달엔

글을 쓰면서 느낀 건데 요즘 나는 정말 사진을 안 찍은 성 싶다.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로 올려두고 사라지는 영상만 전화기에 가득하다.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사진 좀 찍어 봐야겠다.

Similar Posts

  • |

    학회, 가드닝, 작업실, 계단오르기, 병원 일상, 논문, 소비본능, 여행 (feat. 휴대폰 사진 털기)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한해의 절반이 흘렀다. 이 시국에도 올해는 대면학회를 힘겹게 지속했다. 학회에서 만나는 동료들은 저마다 학회에서야 내가 교수였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다며 서로 위로하곤 했다. 춘계학회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시작했다. 국제학회였고 워커힐에서 했다. 강의도 했고, 스승의 날쯔음이라 제자도 만났다. 고맙게 건네받은 제자의 편지와 선물을 두르고는 워커힐 호텔방에서 인증샷을 보내보며 서울의 봄날씨를 만끽했다. 어느덧 만삭인 승원이가…

  • 휘카스 움베라타 5년차

    잎이 마르기 시작했다. 잎이 마르면 대개 수분이 부족해서라고 하는데 물을 줘도 개선이 안되었다. 분갈이 한지 2년차라 엎을 필요는 없지 싶은데 오히려 너무 커서 흙이 딱딱해 물이 고르게 안가나 싶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물 주는 게 소홀했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응애를 앓은 적이 있어 혹 재발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약을 뿌리고 닦아보니 묻어나는 갈색 ㅠ 응애가…

  • | | |

    펜할리곤스 미스터톰슨; 마담 보바리; 화양연화; 박지나 작가

    펜할리곤스 향수 스코틀랜드 방문했다가 귀국길에 산 것들 중 하나가 펜할리곤스 포트레이트 시리즈다. 이 시리즈 매력은 캐릭터가 죽으면 단종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거다. 향이 가지는 매력과 스토리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단번에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펜할리곤스는 니치 향수 브랜드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 라인업이 지나치게 다양해서 신기할 정도이다. 아무리 향수만 만드는 브랜드라도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어떻게 개발하고 사나…

  • 나는 식물 집사

    식물은 늘 한두개 집에 뒀던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뭔가를 키우기 시작한건 약 5년쯤 되었다. 스파티필럼과 꽃기린, 야자나무를 키우면서 식물 물주는 법과 분갈이, 토분의 매력에 빠졌고 스파티필럼과 꽃기린은 번식도 많이 시켰다. 조금 난이도 있는 식물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제대로 이사온지 2년차. 여기는 경기도보다는 또 더 추워서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날들이 있고 올해는 특히 추웠다….

  • |

    무던하게 크는 싱고니움

    작업실에서 본격적으로 가드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초화류를 베란다에서 키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너무 소담한 일이 되었다. 모든 식물에는 흙과 햇볕과 바람이 필요한데 실내는 벌레가 없고, 직사 광선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절대적으로 광량이 부족하고 흙도 노지 같을 수 없으니 초화류, 수목류는 성장세에서 비교가 많이 되었다. 그렇다고 화분을 매번 야외로 나를 수도 없으니 갖고 있던 식물…

  • 코로나 19 확진, 경증은 아니었다.

    소아 호흡기알레르기 분과 진료를 보면서 2019-2021년까지 유래 없는 수준의 소아 호흡기 환자의 급감을 경험했다. 대학병원에 있는 자가 진료 대상자가 줄면 그만큼 연구에도 여유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2020-21년에 걸쳐서 SCIe급에 주저자 혹은 교신저자로 세개 정도 논문이 출간되었고 공저자로도 여러 논문이 나왔고 학회 임원급 활동을 하면서도 정신적 여유가 있었다. 2022년이 되면서 환자들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