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동백도 아젤리아도 개화한 겨울 베란다
작년에 데려온 서향동백과 아젤리아가 베란다에서 꽃대를 만들더니 예쁘게 개화를 시작했다.

밖은 영하 15도까지 떨어지지만 베란다는 그럭저럭 8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고 낮에는 햇살이 꽤 들어와서 개화에 성공한 듯 하다. 휑한 겨울 풍경에 꽃이 피고 향이 나니 행복.

역시 작년에 데려온 천리향에도 풍성하게 꽃대가 다 만들어졌다. 향을 즐길겸 꽃도 폈으면 해서 오늘 실내로 옮겼다.
사람은 취약하다. 사람의 취약성을 아끼는 마음은 그러나 때로는 내 취약함을 합리화하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유혹에 약할 수도 있고 의지가 약할 수도 있다. 순간의 즐거움을 가장 우선 순위에 놓고 사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많은 책임을 요한다. 사람은 상황 속 자신의 모습을 평가하는 재능이 있다. 미울지 고울지 속일 수는 있어도 스스로는 끝끝내 안다. 취약한 사람의 본성을 마주하고…
작업실 aka. 간현 317은 하루하루 정리가 되고 있고 정원에도 여러번 포크레인이 다녀갔다. 어느덧 1년. 가든 레이아웃은 거의 직접 했다. 견적을 적게 부르는 업체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계속 올라가서 결국은 견적을 처음부터 세게 불렀던 업체보다 더 비싸졌다. 공사는 참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가든 레이아웃을 사는 사람이 정해는 게 좋다는 궤변에 생초보인 내가 직접 디자인할 수…
이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한해의 절반이 흘렀다. 이 시국에도 올해는 대면학회를 힘겹게 지속했다. 학회에서 만나는 동료들은 저마다 학회에서야 내가 교수였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다며 서로 위로하곤 했다. 춘계학회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시작했다. 국제학회였고 워커힐에서 했다. 강의도 했고, 스승의 날쯔음이라 제자도 만났다. 고맙게 건네받은 제자의 편지와 선물을 두르고는 워커힐 호텔방에서 인증샷을 보내보며 서울의 봄날씨를 만끽했다. 어느덧 만삭인 승원이가…
작업실에서 제일 예산을 절약한 부분이 탕비실이다. 부엌이라고 말하긴 민망한, 간단한 설겆이 정도 하고 비품 보관하는 목적의 공간이다. CCTV 관련 장비들이 들어와야 하고, 온수 보일러도 들어와야 했다. 반투명 문으로 오가는데 문제는 상부장이었다. 오픈 키친도 아니고 다이닝 공간도 아니니 무난하게 상부장을 하면 먼지도 덜 앉고 실리적일 수는 있으나 모양도 마음에 들지 않고 무엇보다 공간이 좁아서 답답해보이는 게…
올해 겨울에 마른 꽃 하나 달고 흙마저 뿌리에서 쏟겨서 인터넷 주문으로 도착한 목수국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유명한 아이답게 무심하게 베란다에 던져두었더니 초봄에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베란다로 옮기고 액비도 적절하게 챙겨주며 키우고 시작했다. 장점은 생명력과 내한성. 단점은 뿌리를 깊게 내려서 정원이 아닌 화분에 심는다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 하지만 나는 수국을 워낙 좋아해서 일단 키워보기로 했다. 마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