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시작, zone 4 중부내륙지방 식재

작업실 aka. 간현 317은 하루하루 정리가 되고 있고 정원에도 여러번 포크레인이 다녀갔다. 어느덧 1년. 가든 레이아웃은 거의 직접 했다. 견적을 적게 부르는 업체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계속 올라가서 결국은 견적을 처음부터 세게 불렀던 업체보다 더 비싸졌다. 공사는 참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가든 레이아웃을 사는 사람이 정해는 게 좋다는 궤변에 생초보인 내가 직접 디자인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가든. 지난 일년간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논의 끝에 마감된 모양새는 썩 마음에 든다. 식재부터는 이미 예산이 완전히 초과 되어 있어 마사토 멀칭과 화산석으로 밑그림을 마무리 하고 식재부터는 하나하나 내가 직접 골라 키워가기로 했다. 우리는 zone 4. 한국에서 거의 가장 추운 지역 중 한 곳으로 식재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정말 많이 검색해가면서 식물을 골랐다.

은사초와 아틀란티스. 진정한 식물 집사는 작은 것에서 시작하는 난이도를 사랑하는 법.

우리 가든에는 네 구역이 있다. 첫째는 입구 entrance. 여기는 거의 종일 해가 들지만 한여름에는 그늘지며 바람은 갇혀서 많이 불지 않고 가을에는 느티나무의 어마어마한 낙엽들이 쏟아지는 쪽이다. 이 곳에 친구들이 선물한 은청 가문비 후프스가 제일 앞에 자리 잡았고 제일 뒤로는 앤드리스 섬머 수국이 몇그루 심겼다. 사이 사이 그늘 질 곳에는 휴게라, 호스타(울버린), 은엽 아지랑이, 델피늄, 블루라군(Andromeda polifolia)을 심었다.

심자마자 다음날 꽃을 터뜨린 코랄참 작약

두번째 주 정원 main이 있다. 실내에서 잘 보이고 걸어들어올 때 이차로 보게 되는 정원으로 대지의 경계로 연결된다. 경계에는 남천을 식재했다. 남천이 아무리 자란다 한들 이 정원은 해가 종일 잘 든다. 여기는 코랄참 작약, 아틀란티스(Sedum Takesimense), 바위솔, 자엽국수 lady in red, 리틀프린세스 단풍을 심고 은사초를 디딤석 양쪽으로 심었다.

씨앗 어린이집

세번째, 뒤 언덕 back이 있다. 내 공간 창 너머인데 여기가 제일 정리 안된 상태로 내가 직접 할 내용이 많다. 노출이 잘 안되고 오전 부터 이른 낮까지만 해가 들어 내 맘대로 엎어가며 관리하기 좋긴 하다. 코스트코에서 라이프타임 조립식 창고와 다용도 보관함, 조경용 고무덮개 칩 42L, 레일로드 스텝 스톤 4개, 화단 펜스 30cm 짜리 두개를 샀고 뒤뜰에 두더지가 출몰해서 두더지 싹싹 약도 샀다. 언덕이라 너무 잡초를 한꺼번에 뽑으면 흙이 흘러내릴 수 있어 코스트코에서 산 것들로 계단식으로 살짝 정비한 후 차차 정비해나갈 계획인데 우선은 안젤라 장미, 고려 담쟁이를 사서 가리고 싶은 부분들 처리를 하고 목단(몽지흑), 무지개 가문비 데이시스 화이트, 풍지초로 중심을 잡은 후 섬백리향, 아주가리, 흑심 패랭이로 베이스 처리를 하고 사이 사이에 키를 고려해서 막 씨앗을 파종한 램스이어, 푸른양귀비, 에린지움, 아스틸베, 메도우세이지, 겹톱풀, 천일홍, 금관화를 식재해서 해마다 꽃이 퍼져나가는 모습을 즐기려고 한다. 창고 옆쪽으로는 작은 텃밭도 마련했다. 텃밭 쪽으로 에어컨 외장기가 설치 되어 좀 걱정이 되긴 하는데 어찌 되었든 초당 옥수수, 토마토, 상추, 루꼴라를 심어 보았다.

대추 토마토, 찰 토마토, 파슬리, 이탈리안 상추, 루꼴라

마지막으로 외측 side이 있다. 여기엔 아래 집들로 공급되는 수도관이 묻혀있고 간혹 차가 들어올 수도 있는 곳이라 디딤석은 포기했다. 그늘 지고 습도가 높은 편이라 건물쪽에 바짝 붙여서 화산암, 비단이끼, 그리고 몇몇 야생화로 채울까 한다. 서쪽 건물면을 끼고 모서리에 알래스카 장미를 식재했다.

선이 아름다운 레이디 제인 튤립

그 아래로 정말 정말 추울때 재미로 파 묻어본 튤립이 개화했는데 레이디 제인 튤립이 생각보다 참 예쁘다. 저 수도함을 근사하게 덮을 무언가는 정말인지 찾기가 어렵다. 3D 프린터 배워서 뭐라도 만들어 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이 많은데 하염없이 즐겁다. 오늘은 도쿄에서 사온 그라파이트를 꺼내서 음악을 들으며 오랜만에 이런저런 스케치를 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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