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카스 움베라타 5년차

잎이 마르기 시작했다. 잎이 마르면 대개 수분이 부족해서라고 하는데 물을 줘도 개선이 안되었다. 분갈이 한지 2년차라 엎을 필요는 없지 싶은데 오히려 너무 커서 흙이 딱딱해 물이 고르게 안가나 싶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물 주는 게 소홀했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응애를 앓은 적이 있어 혹 재발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약을 뿌리고 닦아보니 묻어나는 갈색 ㅠ 응애가 재발했다. 초기엔 참 잘 안보인다. 2020년 8월이었다. 18년 겨울경 이사를 하면서 입은 냉해, 19년 여름에 처음 찾아온 응애. 그 이후 일년차. 회복되었던 잎들을 속상한 마음으로 다 떼내고 약을 뿌렸다.

응애 발견 ㅠ. Aug 9, 2020

하지만 20년 여름과 가을을 베란다에서 보내며 완전히 부활한 움베라타였다. 잎이 마치 호박잎 마냥 자라나서 눈길을 끌던 풍성함이었다. 겨울을 베란다에서 보낼 수 없기에 실내로 들인지 한달이 지났을까. 다시 응애는 재발했다. 지난 겨울 나는 허리 통증을, 젬스는 어깨 통증을 앓았고 급기야 젬스가 수술을 하면서 화분을 옮겨 물 샤워시켜주는 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응애는 재발했다. 응애는 통풍이 불량하면 생긴다. 종종 분무만 해줘도 예방이 된다고 하는데 워낙 물 주는데 인색한 편이기도 했지만 화분이 무거웠기에 베란다를 떠난 이후 물 샤워시켜주는 게 늘 일이었고 건조한 실내에 둔채 뿌리에만 주는 물에 녀석은 늘 갈증을 느꼈다.

처음 올 때 모습. July 8, 2017

또다시 잎을 모두 제거했고 약을 뿌리고 베란다에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휘카스 움베라타는 냉해를 입기 시작했다.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지난 겨울의 선택이었지만 잎이 거뭇거뭇 타들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대로 두면 죽는 게 보이던 상황. 우리집 휘카스 움베라타는 젬스와 내가 만나 처음 양재꽃시장에 가서 차에 싣고 데려왔던 친구다.

이사 직후 찍은 사진 속 키가 많이 자란 휘카스 움페라타. Feb 27, 2020

그때부터 뿌리를 내려 키가 많이 컸는데 강원도로 이사 후 겨울을 베란다에서 보내기 힘들고 실내에선 응애가 끼면서 이중고가 시작이 되었다. 결국 차디찬 겨울 한가운데 좋지 않은 컨디션을 뒤로하고 분갈이를 단행했다. 뿌리는 자비 없이 가위를 들고 잘랐고, 화분은 좀 더 작은 곳으로 옮겼다. 어차피 두면 추위에 죽을 상황이란 생각이었다.

새 잎을 내는 모습. Feb 27, 2021

그렇게 분갈이를 하고 실내로 들인 후 분무를 하면서 지켜보길 한달째 고맙게도 새 잎이 나기 시작한다. 참 건강한 뿌리를 갖고 있는 아이다.

새로 나는 건강한 잎. Feb 27, 2021

이제 이 아이의 계절이 오고 있다. 외부 온도가 최저 온도 10도 이상만 되면 베란다로 내놓고 영양제도, 햇볕도 바람도, 녀석이 좋아하는 물샤워도 듬뿍 주며 또 한해를 보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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