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확진, 경증은 아니었다.

소아 호흡기알레르기 분과 진료를 보면서 2019-2021년까지 유래 없는 수준의 소아 호흡기 환자의 급감을 경험했다. 대학병원에 있는 자가 진료 대상자가 줄면 그만큼 연구에도 여유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이점이 있다. 그래서 2020-21년에 걸쳐서 SCIe급에 주저자 혹은 교신저자로 세개 정도 논문이 출간되었고 공저자로도 여러 논문이 나왔고 학회 임원급 활동을 하면서도 정신적 여유가 있었다.

2022년이 되면서 환자들은 다시 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일년에 걸쳐서 유행하는 모든 종류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유행했고 환자들이 다소 중증으로 내원하고 있다는 건데 대략 6개월여전부터는 거의 계속 중환자실에 환자들이 들어오고 퇴원하길 반복했고 주말에도 전화기를 놓을 수가 없었다. 평일은 회의가 계속되었고 외래에는 열과 기침 환자들이 폭증했다. 이런 와중에 다소 경증화된 코로나 19는 더이상 큰 이슈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기확진자로 내원하니 이제는 코로나의 중증도가 수족구만도 못하구나 싶었다.

나는 3차 예방접종을 지난 2월에 했으니 완료 8개월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지난 주 당직을 서며 시작되었던 기침, 그리고 주말경 시작된 열. 자가 키트 첫번째는 약양성, 두번째는 분명한 양성이었다. PCR도 양성으로 목요일 계획되었던 학회만찬, 학회발표, 구연심사, 금요일 계획했던 meet the professor 모두 불참을 알렸다.

일주일 격리 기간을 꽉 채웠지만 기침, 두통, 소화불량에 이어 후각 소실, 미각 소실, 다한증과 같은 증상이 이어지고 있다. 회복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 같고 후각과 미각은 돌아오길 바랄 뿐 사실상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강의록 마감이 있어 타이핑을 해야하는데 난데없이 생긴 손의 다한증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한편으로는 탈모가 온다거나 두드러기가 악화된다거나 흉통이 생기지 않아서 그것보다는 낫다고 위로하지만 커피에서 고소한 맛도 단 맛도 나지 않으니 내 지루했던 일상을 그대로 돌려받고 싶음이 간절하다.

당장 내일부터 진료를 봐야하는데 진료 내내 손바닥에 땀이 흥건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별로다. 아침으로 저혈압도 심해져서 속은 울렁거리고 부교감 신경과 후각, 미각 신경에 총체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호흡기 바이러스라고 하기엔 신경계 증상이 뚜렷하다. 내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어야 할텐데 현재로서는 모르겠다. 진료를 봐봐야 와닿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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