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을 이어 쉬는건 몇년 만이다. 학회에 휴가를 붙여 쓰니 어쩌다 보니 10일간 출근을 안한게다. 시차도 없는 일본에 가서 날씨는 다르지만 그래도 가까운 나라에서 오래 쉬다 돌아오니 더 일상이 낯설어진 것은 왜일까.
학회에서 더 잘 발표하고 더 잘 강의하고 더 많이 교류하고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해왔다가 처음으로 가을 춘계 학회 불참도 결정하고 쉰 결정이었다. 아예 한번 리그를 떠난 건데 내려놓을수도 있는거구나 싶었다. 11월 FAAM이 더 가고 싶어서기도 했다. 조용히 가서 듣고 싶은것만 듣고 에너지를 내게 집중하면서 연수를 갈건지, 간다면 어디로 갈건지에 대해서 혼자 고민을 깊게 하는 시간을 갖고 싶기도 했다.

여행은 더운 날씨에 여기 저기 다니느라 힘들면서도 다양했고 일상이 아닌 것에서 오는 시각적으로 미각적으로 즐거운 리듬들이 있었다. 오사카 도착하자마자 간 교토는 학회 때문이었지만 두번째 교토라 다니다보니 여기 저기 다 기억이 났다. 목표했던 74년산 내 리바이스 일부 수선을 브로큰 블루에 맡기고 오는 것도 성공 했다. 궁금했던 교토의 몇몇 유명한 카페에서 푸어오버도 마셨고, 라멘, 우나기 등도 클리어 하고 노을 지던 카모강도 함께 걸었다. 치이카와 혼포에서 토벌도 해봤고 몽블랑도 여러번 먹었다. 전에 몰랐던 모모타로 플래그쉽도 방문했다. 실크진#500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 피부에 닿는 촉감이 정말 좋아서 집에서도 요즘 자주 입고 있다.

학회가 끝나고 이동한 고베는 첫 방문이었는데 자그마한 도시에 동화적으로 아기자기한 꾸밈이 은근 로맨틱했다. 온갖 스위티들이 가득해서 카페 다니는 재미에 신이 났다. 히메지 그릇 쇼핑도 아나고 먹방도, 아리마 온천 방문도 좋았다. 렌트카로 올라간 비너스 브릿지에서 따뜻한 밤 내려본 고베 하나비는 오래 기억이 남을 것 같다.교토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은 도시라 조금 쉬어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잘먹고 잘쉬고 편안한 여행지였다.

이어 귀국 비행기 탈겸 수년만에 오사카로 이동했다. 그 짧은 여정에도 난바를 가긴 갔는데 어…. 정말 무섭게 더 카오스가 되었더라. 다시 가도 뭔가 들를 건 같지만 마음의 준비가 많이 필요한 곳이었다. 주로는 호텔이 있던 나카노시마강쪽과 셔틀이 오가던 우에노 주변으로 다녔다. 여정 중 내 옐로우 플러스 안경 코받침이 하나 이탈 되었는데 우에노에서 무사히 수리 잘한것과 편집샵 로프트맨에서 베오르마 벨트 사온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큰 쇼핑은 거의 오사카에서 다 한것 같다. 젬스가 알든 코도반을 빔즈플러스에서 산게 하이라이트였다. 이게 왜 여기 있냐며 둘다 흥분했다. 별주 모델이라 아일릿이 좀더 캐주얼하고 밑창도 고무로 실용적이어서 좋았다. 색 고민하던 본인에게 직원 두명에 나까지 거들어서 버건디를 사신 분. 뜻하지 않게 관세 신고도 하여 귀국한 이번 여행 최고가 쇼핑이 되었다. 풀카운트 본진도 구경했다. 에크루 진 일할때 잘입겠더라. 그거 말고도 면이 좋은게 확실히 느껴지는 브랜드였다. 종종 오사카는 쇼핑하러 가긴 갈 것 같다. 도시 자체는 기가 빨리지만 쇼핑 성지의 도시 캐릭터란, 어쩔 수 없는건가 보다; 긴 여정에도 미술관 갈 시간조차 없없다.

이번에도 많이 먹었고 걷고 놀고 사고 이야기하며 보낸 열흘이었다. 돌아온 일상은 조용하고 반복되고 수입 관련한 이슈들이 변함없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의료 소송 이슈까지 또 터져있지만 감정은 거리감 있게 유지되는 편이다. 그러라고 긴 휴가를 다녀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