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 쑥국 먹으러 통영행

도다리쑥국이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떠난 주말 통영행. 월요일 조금 늦게 출근할 생각으로 일요일에 내려갔다.

날씨가 흐린 것은 좀 아쉬웠지만 길가에 흐드러진 빨간 동백꽃도 보고 남해 특유의 바다를 가로질러 연대도에 들어가 통영 시내와는 사뭇다른 풍경을 지닌 섬을 한참 걸어도 보았다.

섬에 위치한 몽돌 해변에 앉아서 미리 싸온 충무김밥을 먹었다. 파도가 칠때마다 도르륵거리는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지루한 법이 없다. 섬에서는 육지 혹은 어디서 일어나는 일 보다도 섬에서 잡히는 해산물, 그것을 팔고 먹는 행위가 더 중요한 법이다. 나는 그 단순한 아름다움이 좋았다. 적은 사람들이 살뜰히 챙겨나가는 섬의 풍경과 남해의 너른 햇살도 좋았다. 바람을 맞으며 그을릴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게 못마땅했다. 식물이 부럽다. 내내 있어도 그저 좋을 기분이나 몸은 그늘을 찾아야했다.

저녁엔 반다찌에 들렀다. 예전부터 와보고 싶었는데 술을 못 먹으니 그냥 지나쳤던 반다찌. 이번엔 용기를 냈다. 들른 곳은 윤희 소주방. 멍게무침이 일품이다. 계속 더 주시는 인심도 덤이다. 생선은 종류마다 구운 방식이 다르다. 양념도 다르다. 도라지 무침은 글을 쓰면서도 생각이 난다. 손맛이 어떻게 이러나 싶다. 그냥 살고 싶은 맛이다.

아침엔 호텔에서 수영을 했다. 지난 발리 여행 이후로 호텔 야외 수영이 처음이다. 한려해상에 가득한 아침 햇살과 찬 바람을 동시에 맞으며 자쿠지에 녹녹하게 몸을 담그고 있으니 적지 않게 위로가 된다.

도다리쑥국은 잘 알려진 팔도 식당에 들러 먹었다. 쑥에 살이 엉키기 전에 쑥을 덜어먹고 살을 으깨서 밥을 말아먹는데 꿀맛이다. 이 계절에 한번 밖에 이걸 못먹는게 아쉽다. 또올까 싶다.

돌아가는 마음이 아쉬워 지난 여행에 찜해둔 배양장으로 향했다. 조용한 해안도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운전해가는 기분이 봄이다. 배양장도 사람이 적었다. 공간은 기대보다 훌륭했고 음악도, 향기도 완벽하게 아름다운 카페였다. 아름다운 잔에 커피를 먹고 싶었는데 주는 대로 받아서 종이컵에 마셨다. 커피도 썩 괜찮지만 밖에 펼쳐진 알록달록한 남해의 풍경은 그저 낭만이다. 그대로 반복해서 돌고 싶을 때 다른 계절에 다시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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