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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1편, 출국): 에어비앤비, Alfama

Day 1.

루프트한자로 프랑크푸르트 경유 리스본으로 가는 여정. 올해 유럽알레르기면역학회 참석 때문이다.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로 PP 카드 지참시 아시아나라운지 사용이 가능하다. 탑승을 기다리며 면세점에서 산 10만원짜리 스와치 시계를 뜯었다. 몇살때 쓰고 안산 스와치 시계던가. 갈수록 심해지는 금속 알레르기 때문에 땀흘리는 나라에 가려니 전체 플라스틱 시계가 필요했다. 그나마 스와치에서 만들어서 다행이다. 모델명은 스킨. 환승 때 전화기 보다가는 시간이 헷갈리기 십상이라 유용하게 사용했다.

루프트한자 이코너미플러스 시트였는데 다리를 뻗어도 나는 불편하고 힘들었다. Green book, The mule 영화 두 편은 재미있게 봤는데 그 이후로는 피곤해서 공연 영상 몇 개 보다가 내렸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한시간여 기다려 EU국가로의 입국 심사를 받았고, transit을 위해 한시간여 빈 대기 동안에는 Hermann’s special에서 돼지고기 소시지와 300ml 드래프트 밀맥주를 한잔 했다. 이 공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한 일을 한 것 같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네시간여를 날아 저녁 11시반에 공항에 내렸다.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시간이라 현지 유심 구매는 내일 도착하는 친구에게 부탁하기로 하고 얼른 택시잡는 줄을 섰다.

숙소는 공항과 학회장 근처의 Av. Moscavide 28에 위치한 아파트.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이른 아침 문연 인근 상점에서 착즙 오렌지 주스, 샌드위치, 커피, 에그타르트를 혼자 먹었다. 에그타르트의 캐러멜 향은 포스트갈 에그타르트가 지구 원탑이란 말을 이해하게 했고, 오랜만에 아침으로 시작해보는 남부 유럽의 로컬 카페 에스프레소도 좋았다.

학회장 인근까지 길도 볼 겸 산책을 나섰다. 바닷가에는 주말 아침부터 운동을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아카시아 나무 같은데 흐드러지게 펴고 지고를 하고 있는 노란 꽃도 예쁘더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노점에서, 탐스러워 보이는 플랫 복숭아와 토마토를 사고 2유로 정도 계산했다.

친구는 금요일 퇴근하고 밤 비행기를 타고 오는 길이다. 그리고 나는, 누구 친구 아니랄까 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배고파하는 녀석을 위해 토마토 파스타를 만드는 중이다.

Day 2.

일곱개의 언덕과 멀리 바다가 있어 여러 전망대가 위치한 리스본에서도 알파마 Alfama 지역은 특히 가파른 언덕길, 개성 넘치는 벽화들, 좁은 골목, 많은 수제 상품점들과 함께 11세기 건축된 산호세성 São Jorge Castle으로 가는 28번 트램이 있어 관광객에게 도시를 상직하는 풍경을 연이어 보인다. 가르시아 광장 Miradouro da Graça에서 테주강을 내려다보는 조망도 유명하고, 좋은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보는 골목길 풍경도 아름답다.

우리는 도착하자 마자 숙소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알파마 지역을 시작으로 바이샤 지역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산타루치아 조망대로 향했다. 아직은 해가 중천에 이르기 전 시각이라 오렌지색 지붕아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이 곳은 인생샷을 남기려는 여친을 찍어줘야하는 남친들, 가족들에게 핫한 인증샷 지역이라 우리도 찰칵.

카르모(까르무) 성당은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때 상당 부분 파손된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수도원으로 우리는 첫날 내부를 공연이 있어 보지 못하여 다시 방문하여 관람했다. 고고학, 지질학적으로 유명한 자료들이 잘 보관되어 있고 무엇보다 정원이 아름답다. 부분 파괴된 흔적을 그대로 가진채 세월이 흐르고 있어 내 인생보다 너무나 긴 많은 것들에 대한 묘한 숙연함을 불러오는 듯 했다. 방문했던 5월 마지막주에는 특히 전역에 자카란다 나무 개화 중이어서 보라색 꽃 향이 광장과 노천 카페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코메루시우 광장은 이 곳에서도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는 곳으로 보였다. 광장으로 이어지는 아우구스타 거리에서는 밤으로 많은 공연이 이어졌고, 노천카페마다 인파 행렬이 이어졌다. 우리도 이 아름다운 광장 근처에서 몇 번의 저녁을 보냈다. 우버를 기다리며… 전체 높이 30m의 산타 주스타 엘레베이터는 구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어 관광객의 줄이 항상 길다.

이 건축물은 우리가 다 아는 그 건물을 지은 에펠에 의해 1902년에 설계되었다. 화려한 장식이 눈에 띄고 밤으로 밝히는 조명이 아름답다.

완전 유럽 중심 소울 가득한 리스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는 어려운 곳이다. 대신 젤라또가 있지.

알파마 지역을 관광 하면서 먹고 걷는 것은 이 도시 관광의 핵심인 듯 하다.

부른 배를 안고 하는 저녁 테주 강가 산책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야경도 아름답지만, 낮의 풍경도 좋고 해가 지기 전 반대쪽 구도심 멀리 호세성까지 펼쳐지는 풍경도 썩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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