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맞이하며

일년 중 절반이 흘렀다.

어느덧 일년의 반이 흘러갔다. 반년간 완성한 것들을 생각해본다. 우선 본업. 중증 식품알레르기 영유아 환자 심리 특성 분석한 논문 한 개를 SCI에 제출했고 발간을 앞두고 있다. 또한 식품 알레르기 라벨에서 교차 오염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을지 분석한 논문 한 개는 revision 하여 역시 SCI급에 8월 중 최종 심사 예정에 있다. 국내 유통 중인 간장의 항원성에 관한 논문은 수정 단계에 있다. 이 논문들이 모두 잘 발간되면 수년 후 있을 마지막 승진 심사는 문제 없을 듯 하니 내 인생에 가까이 보였던 큰 산들은 이제 다 넘은 셈이다. 아주 열심히 보낸 것 같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뭔가를 하긴 했다 싶다. 지난 반년간 해야할 일은 이만하면 선방했다.

내 생애 해야 할 일과 내가 행복한 일

내 생애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내가 행복한 일도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있는 법이다.행복한 일은 가드닝이다. 가드닝도 상반기 내내 바쁜 틈에 나름의 최선은 했다. 젬스와 함께 일궈 더 좋다. 수국을 잘 키워 냈고, 뒷 마당 경사 부분도 틈틈히 잡초 정리를 해서 올해는 다들 잘 자라고 있다. 모스 트레일 쪽 호스타도 번식 하고 있고 붓들레야를 심어서 잘 정착시키기도 했다. 이제는 개체를 늘리기 보다는 있는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단계에 이르러 여유롭다.

그리고 내 생애에 하고 싶은 일

내 생애에 하고 싶은 일은 그림이다. 표현하고 싶은 것을 ‘창작’하는 일을 열망하나 쫓기는 일상에 마지막으로 미뤄둔 채 올해도 진행하지 못했다. 하반기도 상황이 크게 변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의지는 마음에 품고 있으니 언젠가 갈망이 그림으로 표현되길. 그 간극에 일상과 작은 감정들을 이곳에 글로 남겨둬본다.

제냐도 어느덧 열세살에 가까워진다.

상반기 가장 큰 실적은…

올해 상반기 가장 큰 내 실적은 빚을 반토막 낸 일이다. 자산이 불어나고 어느 정도 목적에 이르면 10%는 빚 상환에 쓰자. 라는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운이 좋았고 상반기 내내 투자 실적이 좋았다. 올해는 양도세 과감히 생각하며 수익을 실현했고 빚을 갚았다. 자산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지는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빚을 50%가량 줄이고도 자산이 비슷하니 잘 한거다 싶다. 더 투자했으면 더 불어났을 수 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빚이 없어지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도 크다.

하남 스타필드 매뉴팩트. 달았다.

하남 스타필드에서 소비에 대해 생각하다.

오늘 하남 스타필드에 갔다. 젬스 생일이라 쇼핑도 하고 커피도 마셨다. 명품 물건들도 보고 이런 저런 구경을 하면서, 소비재를 끊임없이 구매하도록 설계된 우리네 삶과 광고에 대해 혼자 생각을 해보았다. 여전히 나는 귀금속도 좋고 옷도 좋고 구두도 좋고 아름답거나 고급스러운 것들에 눈길이 간다. 광고의 범람 속에 갖고 싶은 것도 많다. 하지만 광고가 우리 삶을 이롭게 하는 건 아니다. 만약 지금의 내가 부족함 없이 가졌다면, 그리고 쓰지 않을 수록 자유롭다면, 절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자유와 여유라면 집안에 물건이 너무 많은 것 보다는 아름다운 것 조금이 있는 게 좋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많은 옷, 너무 많은 신발, 서랍장 마다 꽉꽉 차여 있는 것들은 아름답지 않다. 하반기에는 이미 가진 것들이 낡아지는 것을 즐기고 버리면서 증가되는 공간도 즐기고 조금 더 자산을 늘리는데 집중해보자.

하반기의 목표

하반기의 목표. 한해를 잘 마무리 했다는 성취감으로 풍요로운 감정을 누리고 싶다. 다기관 연구로 진행 중인 특발성 혈관 부종 논문화에 힘쓰고, 아나필락시스 바이오마커 연구도 좀 더 주도적으로 집중해서 진행해보자. 그리고 마당에서 틈틈히 계절 속 우리만의 시간도 즐겨야지. 그림은 천천히 마음 닿는 대로 진행하자. 추가로 요즘은 스크린 타임을 두시간 미만. 독서를 두시간 이상. 스쿼트, 플랭크, 브릿지, 등 운동 합쳐서 하루 30분만. 이렇게 세 가지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만 해보자. 자신감도 스스로에 대한 애정도 소소한 실천에서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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