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주 부석사의 가을, 단풍 여행의 백미

무려 유네스코 헤리티지 중 하나인 영주 부석사는 수도권을 기준으로는 접근이 쉬운 편은 아니다. 때문에 여지껏 한번도 방문을 못했다. 올해 가을은 강원도로 이사 온지 어느덧 4년차. 단풍이 아름다운 곳은 너무나 많은 반면 절정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방문할 곳들을 고민하여 결정하고 있다. 다행히 10월 한파로 단풍이 이상하리만큼 늦게 찾아온 덕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단풍을 즐기고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부석사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이 없다고 해도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처음으로 직접 본 무량수전에서 배흘림 기둥의 장엄함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기엔 사람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단풍 시즌에 이 곳은 너무나 핫플이고 이 정도 밀도로 방문객이 많은 때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추억이겠거니 했다. 우리나라 건축미란게 늘 그렇듯 맞추려 하지 않고 조화로 아름다움을 뽑아 낸다.

혼재된 듯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탄성이 나오는 입체적 구도미와 볼 때마다 다른 모양으로 보이는 조형감이 특징적이다. 배경에 자연을 두고 조형을 잡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모습은 특히 사진으로 찍어두고 들여다 보노라면 신기한 요소들이 적지 않다.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기에 가장 좋은 사찰 중 한곳이고 한국의 가을 풍경 가운데 놓치지 않아야 할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임엔 분명했다. 저녁 노을은 짧고 해가 진 산사는 어두웠다.

어두운 영주의 밤을 가로질러 고기 냄새가 이끄는 곳에서 한우 한접시 고소하게 구워먹고 돌아왔다.

Similar Posts

  • |

    중국현지맛 그대로 만두, 수원 연밀

    젬스는 중국에서 몇년을 살았던 터라 만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다. 덩달아 같이 타이페이와 북경을 다니며 만두를 먹는 경험이 그래서 즐거웠다. 수원은 역사가 있는 도시로 전통 시장터 주변으로 중국인들이 많이 정착하여 살고 있다. 때문에 가장 중국 현지의 맛을 재연하는 집이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검색을 거듭하여 찾게 된 연밀이다. 유네스코 헤리티지로 지정된 후 갈수록…

  • |

    통영 여행. 테슬라충전은? (이비랑 Evirang)

    통영 두번째 여행은 지난번에 가서 찜해둔 스탠포트 호텔로 예약했다. 선 예약 후 검색. 스탠포드 호텔에 전화해서 문의한다. 전기차 충전기 시설이 있는지. 지하 2층에 이비랑 Evirang이 있다한다. 전기차 오너 3개월차인데 그동안 늘 파워큐브로 집밥 먹였고 가끔 수퍼차저 간게 다였던 터라 이비랑은 처음 들어봤다. 일단 이비랑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멤버십 카드 신청을 했으나 출발이 몇일 안남아서 출발전에…

  • |

    원주 떠나 속초-양양-강릉 1박 2일 추천

    + 강원도, 내내 멀고 외졌던 곳 강원도는 우리나라 긴 역사 내내 경제적으로는 도태되어 있어 번영의 시기를 맞이한 적이 없다. 태백산맥이 걸출하게 장벽을 세우고 있어 수도와의 소통이 좋지도 못했다. 인근 영월은 단종의 유배지였고, 원주에만도 은둔칩거하며 토지를 완성한 박경리 대문호를 비롯 긴 ‘차단’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 + 가까워진 강원도, 코로나 시대 치유를 선물하다 그랬던 강원도가 요즘에 와…

  • 가을은 빠르다

    가을은 빠르다. 좋아서도 빨리 가고 끝을 향해 가기 때문에도 빠르게 느껴진다. 생일이 10월이라 가을이 되면 건강검진을 챙기고 있는데 올해는 뜻밖에 직장에서 작은 종양이 발견되어서 2주간 bowel prep을 세번에 걸쳐 하고 EUS로 종양을 제거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덕에 몸무게가 순식간에 50kg 미만까지 떨어졌고 피곤한 나날이 이어졌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면 모든 게 불행 중 다행이긴 하다. 그렇게 수척해진…

  • |

    고궁의 단풍

    미세먼지는 가득했지만 남산 앞으로 펼쳐지는 은행빛이 찬란했고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고궁의 단풍은 고왔다. 단풍 다음은 낙엽이니 지금 내 나이가 궁에서 사진 찍으면 썩 잘 어울리면서도 덜 슬퍼보이는 때가 아닐까. 창덕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겠지만 매 해 나는 조금은 달라지는 모습이겠구나. 그래도 지금이 제일 좋구나. 천천히 걸으며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쳤다. 날은 따뜻했고 서울 도심…

  • |

    샤먼 4박 5일; 연화공원, 중산로, 샤먼대학, 구랑위, 토루

    여정 Day 1. 체크인 & 중산로 걷기 한적한 샤먼 공항에 내려 샤먼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 체크인 했다. 여행의 시작은 중산로. 중산로 보행자길은 샤먼의 가장 오래된 상업거리이고 야경이 좋아보여서 새벽부터 출국할 첫날 시작으로 적절했다. 구성은 교토 상점거리 같기도 한데 분위기와 건축양식과 시대가 혼재되어 아방가르드하다. 음악같은 언어와 향신료의 향, 시끌벅적 함께 보내는 중국만의 매력이 뿜뿜인 거리에서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