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가는길에 스냅

일년 동안 단 7일의 휴가 밖에 없는 내게 격리를 동반하는 코로나 시대 해외 여행은 불가능하다. 보복소비심리는 내게도 다가와 평생 관심도 없던 명품 가방에 관심이 생겨 그 동안 버버리 크로스 백도 하나 사고 보테가 베네타 버킷백도 하나 사고 로프 길이 진주 목걸이도 샀다. 뭔가를 사는 것도 좋지만 이젠 여행을 사고 싶다. 은퇴 하신 부모님은 LA를 다녀오실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인천공항을 향해 새벽 픽업을 나섰다.

새벽에 공항을 가보는 것은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2차 백신 접종을 마친건 올해 5월이었는데 이제서야 자가격리 없이 출근이 가능해졌다. 이대로 모든 것이 평탄하게 흘러 올해가 끝나기 전에 공항에 가서 내 짐 가방을 부쳐보고 싶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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