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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지난 주말 원주 시골 마을에 위치한 북카페인 터득골에 아점을 먹으러 갔었다. 햇빛과 녹음이 아름다웠던 공간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이 책 저 책 읽다가 고른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라는 긴 제목의 책이다. 최근 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도 받았던 ‘삶의 가치’에 대한 화두가 이 책에도 녹아있다. 사실 터득골에서도 같은 화두를 제시받은 느낌이었으니 반복된 간접 경험을 통해 받은 ‘행복’으로 주제를 강화 받는 느낌이다.

‘제도권에서 벗어난 환경에서 비로소 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다’로 이 책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쓰야마라는 ‘발효균’ 키우기 좋은 물 좋고 천연 소재의 가옥들이 많은 지역으로 이주하여, 지역민들과 협력, 지역에서 재배된 곡물을 이용하여 진정한 의미의 ‘일본빵’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직원들과 순이익을 1/n로 나누고, 이윤을 남기지 않는 삶을 택한 지은이는 인생의 의미를 철저히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에서 찾고 있다.

자기 안에 힘을 키우고 땅과 터를 다지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면 좋겠다는 저자는 싫증 내지 말고 자신을 연마해서 길을 열어보라. 돈을 쓰는 방식을 바꿔서 사회를 만들어보라 한다. 이윤을 남기려는 사람이 아닌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쓰면서 미래를 선택해보라 한다. 영화에서도 책에서도, 남들 살고 있고 살려고 하는 대로 살았지만, 결국 누군가는 배가 고팠고 누군가는 혹사당했다. 나 역시 퇴근 시간이 거의 여덟시에 가깝던 긴긴 도심에서의 시절 동안 그나마도 형편이 가능해서 누군가 해주는 밥을 먹긴 했지만, 먹고-일하는 연속된 시간에서 단 하루 이탈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런 세월이 길어지다 보니 하루 정도의 일탈조차 불편했음을 고백한다.

원주에 온 지 2년 차. 농사도 짓지 않고, 직업도 바뀌지 않았지만 비교적 이른 시간에 퇴근이 가능해졌고 주말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며, 결정적으로 운전 시간이 짧아지고 무척 쾌적해졌다. 내 먹고 싶은 건 내가 사고 만들어 먹을 시간이 생겼다. 산책길에 장엄한 산을 마주하며 머리에 시원한 공기 넣어가며 살고 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몇 년 전이라면 이상론일 뿐이라 생각했을 저자가 제안하는 ‘내 가치에 따른 길’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그렇게나 공감이 된다. ‘인생 한잔 술 잔 아니겠냐’ 말하는 작가를 통해, 뒤늦게 돌려받은 내 물리적 자율성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게 진짜 멋질까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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