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완벽한 강릉 당일 여행

강릉은 우리나라 어느 곳과도 다르다. 바다가 있는 행정 도시. 강원도에서는 큰 도시이지만 상대적으로는 작은 소도시.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아 주말 수요에 맞춰서 상권이 형성되는 곳. 대관령 동쪽에 위치하여 서울과 위도가 같지만 동백꽃이 피는 따뜻한 곳. 겨울이면 위로가 되는 따뜻한 햇살과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더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관광의 바이브가 더해져 갈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보게 되어 즐겁다.

사랑 가득한 조카 1호

나의 팬, 조카 1호와 롸이징 스타, 조카 2호가 그들의 부모님과 함께 주말에 놀러왔다. 첫날은 원주 맛집 두어곳 털고 작업실에서 마시멜로우 구우며 불멍을 하며 보냈다. 부쩍 추워진 원주 날씨에 일찍 강릉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형제칼국수에 긴 줄이 예상되었지만 아직 장칼국수를 한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동생네 부부에게 장칼국수를 권했다. 뜻밖에 조카 1호도 맑은 칼국수를 썩 잘 먹었다.

후식으로 펌킨 오울에서 에스프레소, 슈게뜨, 미트파이, 없는 것 빼고 다 먹으며 강릉의 대표 키워드인 커피를 소개했다. 테슬라 충전을 라카이에서 하는 동안 함께 경포 해변을 걸었다. 바람은 불지만 구름과 바다색이 어느날보다 맑은 웅장한 겨울바다였다.

고래 책방, 또 가고 또 가고 또 가고 싶은 곳

고래책방으로 향했다. 여태 독립 서점 여러 곳을 방문해봤는데 내 기준, 최고의 큐레이팅이었다. 넓은 공간에 주제별로 좋은 책들이 잘 놓여 있어 양질의 서적에 자연히 손이 가게 되는 점이 좋았다. 가볍지 않았다. 책 뿐만 아니라 의자 배치, 채광, 공간 여백 등 모든 것이 좋았다. 좋은 책을 옆에 두면 성품이 편안해진다. 내가 그런 것 같다. 아이들도 꽤 긴 시간 동안 나름의 즐거움을 누렸다.

강릉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여태 강릉을 적지 않게 갔고 중앙시장도 많이 갔거늘, 지하 1층 회센터에 갈 생각은 이날 처음 했다. 겨울이고 성인이 네명이니 대방어를 먹자며 유성 상회(횟집)을 찾았다. 대방어, 자연산 멍게, 데친 오징어를 골라 포장 했다.

강릉 당일 여행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네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으로 강릉에 찜해두었던 MEENT 민트를 방문했다. 민트는 아지가지 아름다운 초당에 대나무 밭을 배경으로 위치했다. 강릉다운 실내외 풍경에 평화롭게 이완되는 기분이 좋았다. 동생네는 와인을 자주 즐기는 편인데도 네추럴 와인은 처음이라 했다. 나의 경우 첫 경험은 아리송 했으나 홋카이도 레드 와인 후 시선이 바뀐 바, 동생네가 첫 경험에 충분히 마음에 들어 할 와인을 고르고 싶었다. MEENT 민트로부터 추천받은 화이트 와인을 칠링해서 곁들였다. 화이트 와인과 개성 강한 자연산 멍게와의 마리아쥬가 이렇게까지 좋게는 어렵지 않을까. 네추럴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은 마리아쥬일테다.

몇번을 갔던 강릉이지만 이번 강릉 당일 여행 코스는 유난히도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강릉의 자연에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더해 보낸 완벽한 주말이었다. 내가 마리아쥬 타령 하며 신나게 즐길 때 금주하며 운전해주고 사진도 남겨주고 추위에 웨이팅도 해준 젬스에게 넘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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