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주간

친구가 별장에 소고기를 사 들고 왔다. 우리는 생물 새우를 한박스 사 갔다. 생일이 곧이라 가또쇼콜라에 고소하고 진득한 크림이 올라간 작고 예쁜 케잌도 사왔다. 이젠 벌레도 없고 밤 기운도 서늘하다. 솔로스토브가 오늘도 장작을 하염없이 먹어 치운다. 제법 따뜻하다. 파타고니아 후리스 자켓을 입었다. 벌써 이 옷차림이 딱 좋은 밤이다. 달이 조명 처럼 밝았다. 장작이 조금 줄었을 때 조선그리들을 올리고 기름을 두르기 시작한다. 준비한 것들을 천천히 구우며 조니워커 한모금씩 나눴다. 술도 고기도 커피도 밖에서 먹으면 맛이 다르긴 하다. 그렇게 두시간여를 굽고 볶고 하며 긴 저녁을 함께 했다. 생일 소원도 빌긴 했는데 살짝 취기도 있었고 하루 지나니 기억이 잘 안난다. 소원이 특별할 게 없는 시기가 인생에서 얼마나 차지할까. 지금의 나는 소원이 특별할 게 없다. 어제와 오늘과 미래가 다를 바 없다면 그걸로 좋다 싶다.

케잌을 먹었지만 캠핑의 마무리는 마시멜로우 굽기이다. 돌리고 또 돌렸다. 더 바랄게 없는 달콤함이다. 어느덧 저녁 아홉시가 넘었다. 집에 돌아와 집 앞 편의점에 함께 가서 만원에 네 캔 한다는 행사 내용에 따라 맥주 네 캔을 사 왔다. 이젠 다 안다는 듯이 ‘인생’을 이야기 하느라 새벽 두시가 되었다. 인생의 절반 정도 살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인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도 가까운 이의 죽음도, 전쟁도, 식량난도 겪지 않는 채 인생의 절반을 지났다. 우리가 과연 ‘인생’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이 맞을까. 요란하게 떠들 만큼 철이 들지 않는 것은 운이 좋단 뜻이다. 맥주 한캔 들고 몇시간 떠들면 술이 다 깬다. 네 캔을 고른 나는 유쾌한 핀잔 거리가 되었다. 새벽에 잠들어도 나는 그리 늦잠 자지 못한다. 씻고 오랜만에 발레바에 기대서 이십여분 바 운동을 했다. 발레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좋다. 친구 가족은 여전히 늦잠 중이다. 나는 젬스와 제냐와 별장에 가서 물건 정리를 했다. 알탕 먹기 좋은 지난 밤을 보냈으니 늦잠 자는 친구네와 아침 해장으로 까치둥지를 택했다. 까치둥지는 아마도 주말 원주에서 가장 웨이팅이 긴 식당 중 하나일 것이다. 주말 워크인은 원주민들은 감히 시도하지 않는다. 긴 대기줄을 무시하고 입성하여 신속히 포장해 와서 한 상 가득 차렸다. 친구네와 알을 건져 먹고 어제 산 차돌박이도 샤브샤브로 익혀 먹고 그렇게 숙취 해소로 완벽한 아침을 함께 했다. 두시 직전 티오프를 예약해둔 친구는 곧 만나자며 떠났다. 늘 그렇지만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 아래에는 누구와 무엇을 했기 때문에 어떻다는 감정이 함께 한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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