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마르기 시작했다. 잎이 마르면 대개 수분이 부족해서라고 하는데 물을 줘도 개선이 안되었다. 분갈이 한지 2년차라 엎을 필요는 없지 싶은데 오히려 너무 커서 흙이 딱딱해 물이 고르게 안가나 싶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물 주는 게 소홀했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응애를 앓은 적이 있어 혹 재발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약을 뿌리고 닦아보니 묻어나는 갈색 ㅠ 응애가 재발했다. 초기엔 참 잘 안보인다. 2020년 8월이었다. 18년 겨울경 이사를 하면서 입은 냉해, 19년 여름에 처음 찾아온 응애. 그 이후 일년차. 회복되었던 잎들을 속상한 마음으로 다 떼내고 약을 뿌렸다.
하지만 20년 여름과 가을을 베란다에서 보내며 완전히 부활한 움베라타였다. 잎이 마치 호박잎 마냥 자라나서 눈길을 끌던 풍성함이었다. 겨울을 베란다에서 보낼 수 없기에 실내로 들인지 한달이 지났을까. 다시 응애는 재발했다. 지난 겨울 나는 허리 통증을, 젬스는 어깨 통증을 앓았고 급기야 젬스가 수술을 하면서 화분을 옮겨 물 샤워시켜주는 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응애는 재발했다. 응애는 통풍이 불량하면 생긴다. 종종 분무만 해줘도 예방이 된다고 하는데 워낙 물 주는데 인색한 편이기도 했지만 화분이 무거웠기에 베란다를 떠난 이후 물 샤워시켜주는 게 늘 일이었고 건조한 실내에 둔채 뿌리에만 주는 물에 녀석은 늘 갈증을 느꼈다.
또다시 잎을 모두 제거했고 약을 뿌리고 베란다에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휘카스 움베라타는 냉해를 입기 시작했다.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지난 겨울의 선택이었지만 잎이 거뭇거뭇 타들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대로 두면 죽는 게 보이던 상황. 우리집 휘카스 움베라타는 젬스와 내가 만나 처음 양재꽃시장에 가서 차에 싣고 데려왔던 친구다.
그때부터 뿌리를 내려 키가 많이 컸는데 강원도로 이사 후 겨울을 베란다에서 보내기 힘들고 실내에선 응애가 끼면서 이중고가 시작이 되었다. 결국 차디찬 겨울 한가운데 좋지 않은 컨디션을 뒤로하고 분갈이를 단행했다. 뿌리는 자비 없이 가위를 들고 잘랐고, 화분은 좀 더 작은 곳으로 옮겼다. 어차피 두면 추위에 죽을 상황이란 생각이었다.
그렇게 분갈이를 하고 실내로 들인 후 분무를 하면서 지켜보길 한달째 고맙게도 새 잎이 나기 시작한다. 참 건강한 뿌리를 갖고 있는 아이다.
이제 이 아이의 계절이 오고 있다. 외부 온도가 최저 온도 10도 이상만 되면 베란다로 내놓고 영양제도, 햇볕도 바람도, 녀석이 좋아하는 물샤워도 듬뿍 주며 또 한해를 보내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