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의 브레이크 삼아 방문한 호치민. 잠재력 있는 국가의 제1 경제 도시인 호치민엔 아주대병원으로 박사 과정 연수를 온 알레르기 전문의가 두 분 계셔서 가는 길에 연락을 했다.
첫날 호치민의 명소가 가득한 1군을 걸어 선생님의 단골집에서 오징어 국수를 먹으면서 오리엔테이션 받는 것으로 시작한 호치민 여행. 우리는 3박 4일을 머물렀다.
맛집
가장 우선 시작해야 할 컨텐츠는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해 감상하는 자세로 보는 것보다 먹고 그랩타고 이동하며 걷고 도시의 향기를 느끼고 야경을 즐기며 수영하고 마시고. 그렇게 즐기는 즐거움이 큰 도시이다. 다시 간다면 가장 먼저 벤탄 시장 하탐 환전소 근처 노점에서 과일을 잔뜩 살 것 같다. 잭프루트, 두리안을 왕창 사고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쌀국수는 오징어 국수집으로 또 갈 거고, 안안 사이공도 셰프 특선을 먹으러 또 가고 싶다. 어느 날은 무려 ‘파스퇴르 거리’에 위치한 엘보우룸도 한번 더 들러서 클램 차우더 2개 시켜서 각자 먹는 걸로 아침을 시작할 것 같다. 잊을 수 없는 해산물 끝판왕 집, Quan Oc Nhu는 무조건이다.
명소
여행 기간 동안 1, 3, 5, 10군 이렇게 방문했다. 1군에 단연 관광지가 많고 몰려있는 편이라 여정이 짧아도 휙 돌아보기 좋다. 짧은 휴가를 이용하는 여행객이 맛있는 거 먹고 주요 몰에 가 보고 수영하고 그렇게 머물다 오면 만족스러운 곳이 호치민 1군인 것 같다.
해질 무렵 호치민 시청 쪽 광장은 정말 아름답다. 호치민 시티 오페라 하우스 쪽 풍경도 로맨틱하고 이층버스를 타면 주요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40여분 돌아볼 수 있는데 해질 무렵 타 보는 게 호치민 여행의 백미인 듯 하다. 이층 버스를 타는 정류장은 지도에 있다.
호치민 여행의 찐 매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우 오래된 프랑스식 건축물 사이로 뿜뿜하는 호치민 스타일에서 오는 아이러니가 강렬하다. 내부는 볼 게 많지 않지만 한낮의 햇살을 피해 사진 찍으며 놀기 좋은 곳이 호치민 미술관인데 그 주변에 앤티크 스트릿이 있다. 구경할 것도 많고 거리의 이국적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체력이 된다면 아침 일찍 1군 호텔에서부터 사이공 강변까지 로컬의 아침을 구경하며 걸어볼만하다 생각된다. 엘보우룸에서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에 본 호치민의 아침 풍경이 무척 흥미로웠다. 오전 10시 이후로는 걷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 시간을 잘 짜서 움직일 필요는 있다. 2월 여행이었지만 낮에는 맛사지 받고 쇼핑하고 자면서 쉬는 것이 현명한 것 같았다. 밤은 젊고 화려하고 길마다 온갖 음식 냄새가 가득하다. 밤이 즐겁다.
호텔
첫 이틀은 소피텔 사이공 플라자에 머물렀다. 1군 명소들이 즐비한 좋은 위치이다. 모던한 호텔은 아니지만 한국서도 밀레니엄 힐튼 같은 고즈넉한 호텔을 좋아했던지라 내 취향엔 좋았다. 호텔을 채운 보라색이 기억에 남는다. 욕조가 있어서 좋았고 뷰도 좋았다. 마지막 하루는 3군에 위치한 마이 하우스 사이공에서 머물렀다. 5군, 10군쪽 방문하기에는 위치가 괜찮았다.
다음에 호치민을 간다면 찜해둔 1군의 호텔은 Rex hotel이다. 위치가 더 좋아보였다. 2박 정도 하면서 또 가고 싶은 곳들 위주로 다닌 후, 2군쪽에 가까운 Majestic hotel saigon에서 하루정도 머물면서 2군도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맺으며,
호치민은 길을 건너는 것부터 다소 무질서하다. 식당의 위생 관리 면도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한편으로는 규제란 꼭 필요한 정도만 있어도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게 한국에서 간 우리들의 마음에 약간의 슬픈 향수 같은 것을 준다. 우리는 88 올림픽 이후 질서 있는 나라가 되긴 했지만 어마어마하게 많은 규제가 빠른 시간에 형성된 나라이다. 인터넷 시대 이후에는 문화적 ‘상식’ 이란 단어를 동원해 서로 감시하는 듯이 대중이 서로를 규제하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일텐데 우리는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덜 발전한 나라보다 본능적인 행동을 훨씬 못하고 산다. 한편으로는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비슷하게’ 살아야 하는 의무를 지키며 ‘눈치’에 충실하게 산다. 비슷하게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나라에 사는 이들은 그래서 여행을 갈망한다. 본성에 가깝게 만나고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부러웠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관대하게 좀 살아보자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