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롬톤 라이딩이 하고 싶은데 주말 당직이 많아지면서 그것도 계획이 필요했다. 어제는 계획된 라이딩의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채비를 했다. 사이클 쇼츠를 입고 그 위에 라파 반바지를 입었다. 몇달 전 신사동 라파에 들러 새로 산 장갑도 꼈다. 오클리 수트로 끼고, 사우전드 헬맷도 쓰고. 장비는 없는게 없는 것 같은데 정말 오랜만에 하는 라이딩이다.
원주 기업도시 집에서 나와 도연사 방향을 향해 달렸다. 비 온 다음날이라 바람이 시원하고 그늘져서 라이딩 하기 좋다. 오랜만의 업힐이다. 무거운 M6 모델의 기어가 이 때는 그래도 유용하다. 도연사에 핀 연꽃 풍경을 뒤로 하고 섬강에 진입했다. 매호리 마을 방향으로 달리는 길은 언제 와도 참 아름답다. 원주 1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쭈우욱 달려서 호저에 이르는 동안 펼쳐지는 강원도 여름 풍경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다. 자전거로 달려보면 속도와 높은 시선이 더해져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비에 젖은 미끄러운 데크에서 신나서 가다가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슬립, 넘어졌다. 무릎을 다쳤다. 까불면 다친다. 혹은 까불다가 코 깨진다. 왜 그걸 마흔 넘어 또 겪고 있나. 이후로 소심해져서 내리막에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고바우를 지나 세월교를 건너 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저택 하나가 보인다. 별장인걸까. cctv가 많은 그 건물을 지나 절경이 이어지나 했는데 길이 끊겼다. 주산리까지 강을 따라서는 브롬톤으로 갈만한 길이 마땅하지 않았다 지도 어플을 켜서 호저면사무소까지 마을 길 따라 내려갔다. 마을 길도 아담하니 예뻤지만 강과 산의 절경을 가까이서 더 볼 방법이 없는 건 아쉬웠다.
이윽고 원주천을 지나 목적지인 우리밀국수에 도착했다. 운동 후 먹는 콩국수는 후루룩 후루룩 순식간이었고 김치도 유난히 맛났다.
콩국수 한 그릇 먹고 일어나자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15km 정도 달린건데 내 체력이 바닥나버렸다. 그 동안 너무 운동을 안한 게다. 질질 끌리는 다리로 원주 스타벅스 봉화산 DT점에 들렸다. 총 19km 내외 라이딩이었다. 신상 생크림 크레이프 롤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촉촉하게 입으로 넣었다. 매장 안이 붐벼서 버스가 올때쯤 서둘러 일어났다. 집으로 복귀는 버스 타고 슝슝. 안장통은 살짝 있는데 좌측 허리 신경통이 또 생겼다. 평소에 스트레칭이랑 코어 근육을 더 신경 쓰고 라이딩도 가능한 자주 하기로 결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