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커피 그라인더에 흥미가 생겼다.
매일 아침 커피 한잔. 현대인 중 커피 한잔 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 과반수 미만이리라. 분주한 아침 커피를 나는 테팔에서 나온 자동 커피머신인 테팔 에센셜 머신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BWCK 행사에서 젬스가 드롱기 에스프레소 머신을 받았는데 그것도 박스 째로 창고에 보관해둔 터였다.
커피에 대한 취향도 변한다.
코로나 19에 걸린 이후 후각을 잃었고 미각도 잃었고 지금은 다 돌아왔다 생각했는데 뭔가 바뀐건지 요즘 유독 에스프레소로 내린 아메리카노가 쓰게만 느껴졌다. 도쿄에 다녀와서는 산미가 있으면서 뒷맛이 긴 그 드립 커피에 대한 그리움도 생겼다. 창고에서 꺼내 드롱기로 커피를 내려보았는데 허접한 에스프레소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테팔 에센셜에 비해 복잡한 맛들이 잘 묘사되는 느낌도 들었다.
가정용 커피 그라인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에스프레소를 잘 내려보고 싶은 마음에 커피 그라인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새벽 세시까지 대략 다섯시간을 리뷰한 끝에 내가 고른 것은 말코닉 X54홈이다. 그런데 최초의 목적과는 달리 말코닉 X54홈은 에스프레소를 위한 최적의 머신은 아니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그라인더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것은 니체 제로, 유레카 미뇽인 듯 했다.
드립 커피 그라인더는 어떤 면에서 더 고급 사양이 요구되더라.
그런데 나는 좋은 그라인더면 에스프레소도 드립도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물론 업소용 300만원대 기계는 그럴 수 있으나 가정용 그라인더에 대해서는 좀 다른 의견들이 많았다. 드립이 분쇄도가 크고 커피를 만드는 방법도 더 쉽게 접근 하는 것이니 그라인더도 에스프레소 분쇄할 정도면 다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 오히려 드립, 즉 브루잉을 위한 그라인더가 열을 가하지 않으면서 빠르게 분쇄해야 해서 더 고사양 머신들이 요구된 듯 보였다. 가정용 브루잉 커피 그라인더로 추천되는 것은 펠로우 오드였는데 너무 예뻤다. 그런데 이 머신은 브루잉용으로만 추천된다. 에스프레소와 브루잉을 모두 즐기고 싶었던 내가 어렵게 검색 또 검색을 하게 된 이유다.
니체 제로 vs 펠로우 오드
에스프레소 용으로 정말 좋아보였던 니체 제로는 직구로만 구매가 가능하다. 정식 수입 업체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현재 국내 A/S가 불투명 했다. 무엇보다도 니체 제로나 유레카 미뇽과 같은 인기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드립용으로는 크게 쓰이지 않는 듯 했다. 니체 제로에 강배전 두고 펠로우 오드에 중배전 둘 정도의 애호가는 스스로 생각해도 아니고, 좋은 커피맛을 위해 그렇게까지 과소비 하고 싶지 않았다.
말코닉 X54홈을 선택한 이유
더 찾아보니 고품질로 분쇄가 고르게 되는 핸드밀도 있었다. 바로 코만단테이다.
니체 제로를 사고 고만단테로 드립을 내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핸드밀은 정말 안쓰게 될 게 뻔했다. 그래서 올라운드 커피 그라인더를 골라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후 검색 또 검색 끝에 눈이 뽑혀나갈 것 같은 시점에 말코닉 X54홈으로 결정을 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전화기를 살 때 화소수도 중요하지만 애플의 이미지 프로세싱 시스템을 좋아해서 아이폰을 사는 것, 카메라를 살 때 스펙도 중요하지만 라이카의 느낌을 믿기 때문에 비록 구세대라고 라이카를 선택하는 것. 그것과 비슷했다. 말코닉은 커피 그라인더로서는 최고의 플래그쉽을 갖고 있는 브랜드니 X54홈이라고 이름 붙은 것은 드립, 모카 포트, 에스프레소, 강배전-약배전을 넘나 들며 노하우로 최선의 프로세싱을 해낼 거란 믿음이었다.
흰색을 구매했고 현재까지는 모카포트로 즐겨 내리고 있다. 프렌치 프레스, 드립 커피까지 쭉 잘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에스프레소도 잘 추출된다. 스펙에 비해서 가격도 괜찮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