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이다.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예고된 터라, 작가 조앤롤링이 영감을 받고 해리 포터를 탄생 시킨 이미지로 유명한 Livraria Lello 렐루 서점을 가보기로 했다. 렐루 서점은 그리핀도르 문양을 떠오르게 하는 조각상이 있는 분수대를 전면 광장에 낀 포르투 대학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인파가 예상되던 터라 서두르긴 했지만 오전 열시가 채 되기도 전에 이미 긴 줄이 있었다. 내부에는 1906년에 건축된 오래된 목조건물 속 낮은 조도 속에 밝고 경쾌한 책의 표지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천장을 향해 고서적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해리 포터 이후 관광지가 된 이곳의 입장을 위해서는 5유로를 지불해야 하지만 책을 사는 경우 그만큼을 돌려받을 수 있다. 친구는 내게 렐루 서점에 대한 동화책을 선물해주었다. 해리포터 20주년 기념판 표지는 너무나 근사했다. 영문판이 있었으면 내가 막 심취한 소설이 아니라 할지라도, 캐리어 짐 무게가 다소 걱정된다 하더라도 한 권 챙겼을 것 같은데 다행히도! 영어 버전은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 이곳은 어린완자의 초판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며 다양한 언어로 표지된 어린 왕자를 진열하고 있기도 하다.
비는 오락가락 했지만 구도심에 행렬 진 상점 외관들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흐르는 거리의 음악까지. 여행객에게 낭만을 안기기에 족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다른 유럽의 도심보다도 알록달록한 빛이 빈티지해진 모습이 유별나다. 구도심 한복판 에어비앤비를 숙소로 잡았던 터라, 이 모습들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겐 다소 피곤한 일인 것을 간접 경험했지만-이를테면 엘레베이터 없이 캐리어 들고 3층 계단을 오르기-, 그 덕에 방문객들은 타지에서 시간 여행을 함께 느낀다.
구도심 일부 지역은 2000여년 동안 보존되어 이미 오래전 유네스코 헤리티지로 지정이 되어있다. 유럽 많은 곳에서 유네스코 헤리티지로 마을 전체가 선정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인구 21만의 도심 한복판에서 이러한 보존은 쉬운 일이 아닐 테다. 대단한 철학으로 지켜낸 아름다움이란 생각이 들었다.
렐루 서점 바로 옆에 위치한 superdry에서 젬스 옷 몇 개를 골라 샀다. 이 브랜드의 자켓과 셔츠의 핏이며 색상을 모두 너무 좋아하는데.. 베컴 같은 스타일이어야 잘 어울린다는 게 과제이다. 뭐… 어찌 되었든 팔려고 만든 옷인데 그 사람한테만 어울릴 리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는 장을 봐서 숙소에서 간단하게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저녁에 가까워지며 하늘은 개였고 우리는 도로우 강변을 걸어보기로 했다.
도시의 푸른 아줄레주 타일이 노을빛을 받아 반짝인다. 히베리아 광장으로 늘어선 노천카페에서 강변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푸른 하늘 아래 도시의 상징물로 건설된 동루이스 다리는 빈티지한 색상 위에 한방 먹이는 잽처럼 다가온다. 이베리아 광장 건너편으로 GAIA 가이아에는 브랜드로만 접했던 포트 와이너리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저녁에 비가 올 거라 하여 산책만 하려고 나선 발걸음인데 노을이 예쁘기만 하여 친구와 함께 GAIA에 위치한 노천카페 샌드맨 Sandeman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드디어 sardine 사르딘을 처음으로 맛봤다. 곁들일 포트와인 10년산과 포트루비도 주문했다.
돌아오는 길에 탄 우버 택시 아저씨에게 들으니 이 길목에서 이 집이 sardine도 와인도 가격도 분위기도 좋은 집이라고 한다. 흠. 그런 곳에서 제일 앞자리에 앉아 노을을 보며 마시던 port wine 맛은 포르투갈 여행 전체에서 꼭 해봐야 할 한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해가 완전히 저물고 동루이스 다리에 조명이 켜지는 시간까지 노을을 달콤하게 즐겼다.
포르투의 야경을 즐기는 또 다른 곳은 동루이스 다리 위편인데, 그곳은 다음날 아침 산책을 하며 가보았다. 이곳은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좋은 포인트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든 좋을 것 같은 이 아름다운 도시의 노을이지만 만약 달콤하게 먹으며 취하고 늦도록 즐기고 싶은 여행자라면 도로우 강변 노천 카페는 취향 저격이란 말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참으로 근사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