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처럼, 넷플릭스의 매력

넷플릭스는 시간을 보내기 지나치게 좋다는 단점?을 가진 반면 뜻밖의 다큐멘터리로 오랫동안 잔상이 남는 경험을 하게도 하는 매력이 있다. MSG 보다는 유혹이 약하지만 먹고 나면 잘 먹었다 싶은 그런 프로그램들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는 있다. 특히 수동적이라기 보다 컨텐츠를 내가 선택하다보니 내 성향에 내 기분에 맞는 무언가를 찾아보기 좋다.

도시인처럼은 마틴 스코케이지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이다. 주제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 ‘사람’이 소재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소재이다. 그런데 보다보면 이야기를 하는 방식에 꽤 많은 영감을 얻게 된다. 감독은 아마도 그 사람이랑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영화로 찍어두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큐멘터리에서 이야기를 하는 주체는 뉴욕에서 50년을 거주한 프랜 리보위치다. 천천히 걸어 다니는 유대계 뉴욕커. 수많은 잡지들을 거쳐가며 기고하였기 때문에 뉴욕에서는 꽤 알려져있는 작가다.

이야기만 하는데도 흡입력이 있다. 내 나라 문화가 아닌 것을 이야기하는데도 흡입력이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야기하는 모든 소재에 대해서 확고한 자신의 신념을 보이기 때문일텐데 누구를 설득할 생각도 없다. 자신의 생각은 확고한데 너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러세요. 내 생각은 이래요. 이런 방식을 취하면서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정말인지 확고한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나간다. 색깔로 치면 그냥 빨간 사람이고, 파란 사람이지 뭐가 섞여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종류의 매력을 경험한지가 오래된 것 같다. SNS는 생활이 되었고 우리는 대중 중 한명을 자처하게 되었다. 내 생각이 있지만 네 생각과 비슷한 경우 네가 탐하는 수준으로 나를 전달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내 생각이 있는데 네 생각과 다른 경우 그것이 여럿이라면 마치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염탐 당한 듯 후퇴하기 마련이다. 내 생각은 조약돌이 되어간다. 무채색이다.

프랜 리보위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내가 사고하는 방법에 대해, 그 배경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나의 소양이란 어디에서 시작하고 있는가. 나의 소양은 마모된 무언가의 누적으로 쌓여가고 있는 내 착각이 아닐까. ‘사람이 싫은데 책은 사람처럼 느껴져 너무 소중하다’는 작가의 고백이 우스울정도로 사회적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면 세상을 향한 새로운 문을 여는 그런 것이여야 하지 않냐며, 내가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하는 책은 좀 아닌 것 같다.’ 라고 자기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것들을 엄격하게 기준 삼아 구분한다. 동시에 말 웃기게 하는 재능을 타고 났음을 은근슬쩍 이야기 하는데 듣다보면 죄다 설득당한다. 내가 과한 것에 당당하고 남들 과한 것에 시니컬한것도 웃기다.

자신의 이야기로 100% 사는 것이 흥미롭다. 이 시대는 그것이 다큐멘터리화 될 만큼 나 자신은 비벼져 있고 정보는 기억도 나지 않는 상태로 머무르다 떠난다. 그래서 잔상이 오래가나 보다. 흥미로워하는 나 자신 때문에 계속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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