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테마 교체

아이폰이 지구에 나온지 대략 13년이 되어간다. 아이폰 3부터 블랙베리, 안드로이드를 모두 섭렵한 나는 13년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바꿔 놓은 것들을 열거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있는 물건이니 그런 이야기 해서 뭣해. 내가 워드프레스를 시작하고 처음 골랐던 테마는 Magazine이다. 소위 grid형 레이아웃이다. 티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모두 리스트가 있고 클릭하면 글이 뜨던 초기 레이아웃에서 grid형으로 변경했고 유지하는건 왜일까. 인스타그램을 거치면서 우리는 thumbnail에 익숙해졌다. 유튜브에서도 가장 중요한건 thumbnail이란 말이 있지 않나. 어느새 유입을 좌우하는 건 제목보다 이미지가 되었다. 나또한 그랬다. 이미지를 전면에 올리고 싶었다. 이미지의 시각화를 내 마음껏 하고 싶어 그 편하다는 네이버 블로그를 뒤로 하고 워드프레스에 와서 혼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서 테마를 수정하여 내게 맞췄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사진이 없으면 글을 쓰고 싶지 않고 글을 쓰고 싶어도 사진이 없으면 안하게 되더라. 테마를 바꾸게 된 이유다. 글을 쓰는데 편하고 싶었다. 글은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해서도 쓰지만 내가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특히 개인의 블로그라면 그러해야 하는데 내 테마가 내 생각을 사진 순서에 맞춰 정리하게 했다. 자유롭게 쓰고 싶었다. 어릴적 ‘천재소년 두기’란 TV 프로그램을 보며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게 그냥 로망이었는데 이제 그것은 생활이 되었다. 당연한 것을 지루해하는 인간은 사진에 공을 들이다가 이제 영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진도 영상도 없던 시절에 우리는 이야기로 최선을 다해 나를 전달했다. 내가 갖고 있는 그 능력이 퇴화되지 않길 바란다.

새 테마는 Yoneko이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손보기가 수월했다. 처음엔 너무 썰렁한가 해서 recent posts thumbnail 플러그인을 다운로드해서 위젯 설치를 해보았다. 나조차도 계속 사진을 클릭하게 되더라. 큰 글씨로 나열된 post list를 두고도 작은 사진을 살펴보는 나를 보며 어느새 많이 바뀐 내 인지의 방향을 느꼈고 조금은 놀랐다. ‘스마트폰보다 책을’. 의미 없다 누군가는 말할지 모르나 나는 한번 살다 가는 인생에 가능한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 능동적으로 찾아서 읽고 생각하는 내 능력을 간직하고 키워나가고 싶다. 무엇보다 이미지와 화면에 이야기가 짧아지고 요약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에 그것이 길게 남아 있는 모양이야말로 후에 exotic하리라. 그래서 테마를 바꿨다. 사진 한장 없이도 글을 쓸 수 있는 테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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