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하게 크는 싱고니움

작업실에서 본격적으로 가드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초화류를 베란다에서 키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너무 소담한 일이 되었다. 모든 식물에는 흙과 햇볕과 바람이 필요한데 실내는 벌레가 없고, 직사 광선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절대적으로 광량이 부족하고 흙도 노지 같을 수 없으니 초화류, 수목류는 성장세에서 비교가 많이 되었다. 그렇다고 화분을 매번 야외로 나를 수도 없으니 갖고 있던 식물 수를 줄이는 데도 미련이 없어졌다. 아깝지 않으니 가지, 뿌리를 과감히 치고 화분도 과감히 크기를 줄이고 삽목, 이런 거 이제 안한다.

핑크 싱고니움

대신 노지에서는 키울 수도 없는 관엽 식물들을 극단적으로 작은 화분에 적은 이파리로 수형만 즐기는 것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잎은 예쁘고 생명력은 강한 것들이 좋은 것 같다. 집에 있는 것들 중 베고니아, 페페 등은 예쁘긴 하지만 실내에만 두면 환기도 광량도 타서 시름시름 상태가 안좋아지는 반면, 싱고니움은 실내에서 참 무던하다. 포기 나누기를 해도 잘 살고, 수경 재배로도 잘 산다. 병충해도 전혀 없다. 단점이 있다면 수목류들 처럼 품격 있는(?) 수형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 작은 화분에 한 촉만 심어서 아래 잎을 계속 제거해주니 여리여리 나름 예쁘기도 하다. 잎 종류도 다양하여 크게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식집사에게 좋은 품종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