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와인은 은근히 어렵다. 때 마다 비싼 거 마시기는 부담스럽지만 나파 밸리 와인 저가로 잘못 가면 두들겨 맞는 듯 무거운 바디감이 텁텁할 때가 있고 이탈리아 와인 저가로 잘못 가면 설익은 신맛 과일 먹는 것 같고 스페인 와인 저가로 잘못 가면 약간 고무 먹는 것 같은데 그 저가 라는게 참으로 상대적이라 가끔은 꽤 돈을 지불했는데도 밸런스가 뒤틀려있는 경우를 만난다.
까사로호는 마초맨으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스페인의 와이너리이다. 자주 가는 여주 아울렛에서 12월 행사로 까사로호의 신상 만드릴 와인이 들어와 있었고 친구들을 불러 훠궈 파티를 할 생각에 호기심으로 한번 사봤는데 그날 들어온 텍스트 북, 이스카이 다 씹어 먹고 만드릴 와인이 식사 와인 랭킹 1위를 차지 했다. 가장 앞에 서서 호기롭게 다른 애들 다 제치는 걸 보고 이거다 싶어 12월 마지막 날을 잡고 12병을 사왔다.
주변에 선물도 하고 나도 마실려고 추가 할인을 받아서 12월 행사가로 구매해봤다. 하루 레드 와인 한잔을 즐기기 위해서는 한병을 오픈해서 뜯어두고 3일 정도 냉장고에서 버티는 느낌도 안 따질 수가 없는데 심지어 그것도 괜찮다.
나는 바로 오픈해서 올라오는 플럼향도 좋고 블리딩 했을 때 더 느껴지는 체리맛도 좋았다. 감초맛 없어서 심심한 듯 한데 그 자리를 초코맛이 대신하고 있고 고급 와인에 길들어진 입이라면 흠.. 하다가 마무리도 나름 잘 짓는 녀석이 기특해서 오잉?! 할수도… 오히려 호불호 없을 것 같다.
바디감에 가죽 느낌 없어서 나파밸리 진득한 것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약할 수 있겠지만 나는 어설픈 느낌 없이 충실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빛깔도 좋고 오픈할 때 코르크 호일이 베일 위험 없는 고무 재질인 것도 좋았다. 가격도 좋았다. 여러병 사면 병당 2만원이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