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 향수란 소수를 위한 차별화된 향수라던가. 비싸도 나만의 향수를 원하는 시대. 향수 가격이 사악하게 올랐다. 발향이 강한 것을 선택해서 딱 한번만 뿌려서 하루 종일 잔향을 즐기는 나는 누가 뭐래도 향수는 샤넬이라 생각하는 걍 대중적인 사람이다.
샤넬 얼뤼르와 코코를 갖고 있는데 코코는 출근할 때 즐겨 뿌리는 편이고 얼뤼르는 늦게까지 약속이 있는 날 손이 가는 편이다. 그 외 자주 쓰는 향수로는 에르메스 24 포브르. 처음엔 나랑 너무 이미지가 어긋나서 잘못 샀나 싶었는데 나를 길들이는 향수다. 나를 제 느낌대로 이끄는 힘이 있는, 우아해서 질색팔색할 정도로 우아하다. 꼭 이겨야 할 회의가 있는 날 힘이 되어준다.
샤넬 얼뤼르, 샤넬 코코, 에르메스 24 포브르. 모두 오래오래 된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향들 아닌가. 게다가 이 정도 성숙한 향 즐겨 쓰면 그 다음 선택지도 클래식한 것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진작에 찍어두었던 겔랑의 미츠코 향수다. 스파이시하고 우디하다. 이 두 표현에서 대략 내가 좋아하겠다 생각은 들었는데 무려 한 세기전에 탄생한 이 시조새 같은, 불멸의 걸작이라 칭송 받는 향수가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겔랑 매장이 있었고 미츠코, 뢰르블루, 삼사라. 등이 보였다. 샬리마는 없었다. 시향하고 사온 미츠코 오드 퍼품 75ml이다. 구매가격은 14만 5천원정도. 우리나라 면세점 가격보다 낮아서도 좋지만 시향하고 사 올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1919년, 유럽이 일본에 매료된 시대를 반영한 향수라 일본에서 구매한 것이 추억될만하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독립운동이 있었던 슬픈 해에 서양은 일본을 이렇게 고요하고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나라로 느꼈다는 것에서 시절은 잔인했고 역사는 묻혔다 싶다.
미츠코는 여성의 피부에서 나는 듯한 몽환적 향기라고 불렸다. 발향이 강한 향수에 강한 내 피부는 이 정도는 데일리라 쓴다. 내 컬렉션 중에서는 봄, 여름에 쓰기 가장 편한 계열일 수도. 겔랑은 향수로는 레전더리 급이 많고 우리나라에서는 잘 찾지 않기 때문에 개성 강하면서 니치 보다 클래식한 것을 좋아하는 내겐 매력이 크다. 다음은 샬리마 시향해보고 싶고… 하….. 작은 화장대에 욕심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