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떠나 속초-양양-강릉 1박 2일 추천

+ 강원도, 내내 멀고 외졌던 곳
원주에서 강릉 가는 길

강원도는 우리나라 긴 역사 내내 경제적으로는 도태되어 있어 번영의 시기를 맞이한 적이 없다. 태백산맥이 걸출하게 장벽을 세우고 있어 수도와의 소통이 좋지도 못했다. 인근 영월은 단종의 유배지였고, 원주에만도 은둔칩거하며 토지를 완성한 박경리 대문호를 비롯 긴 ‘차단’의 역사를 갖고 있었다.

+ 가까워진 강원도, 코로나 시대 치유를 선물하다
척산온천, 속초

그랬던 강원도가 요즘에 와 꽤 변화를 겪는 듯 하다. 물리적 거리 때문에 더는 좁히기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현재 우리집에서 서울역까지는 기차로 50여분. 강남권은 차로 1시간여. 늘 상상했던 거리보다는 가깝다.

+ 강원도 = 관광지?
설악항, 속초

하지만 내가 사는 원주의 경우 긴 군사도시로서의 역사. 낙향한 자들의 쉼터. 적은 인구수. 상대적으로 많은 공장. 그렇게 버텨가며 근근히 발전을 이루었던 탓에 경상도에서 태어나 분당권에서 이삼십대를 보낸 시선으로는 도시의 행정, 위생, 미적인 측면 등에서 아쉬운 마음이 너무나도 많다.

+ 강릉에는 있고 원주에는 없는 것은 바다 뿐만이 아니다
쏠비치, 양양

강릉은 다르다. 인구는 원주보다 적을 수 있지만 내가 어린 시절부터도 강릉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도시였다. 이들의 행정은 ‘호스트’의 마음에 근간을 이룬지 오래다. 호스트의 마음이란, 게스트가 원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관광 인프라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다.

오월커피, 강릉

그리고 잘 나가는 호스트는 집을 싱그럽게, 아름답게 꾸민다. 요즘은 특히 사진을 찍은 행위가 관광의 일부가 되어 프레임 속 풍경이 한없이 재생산되기에 이런 뿌리가 있는 공간은 달리 평가 받기 마련이다.

+ 답답할 때는 떠나보자
칠성조선소, 속초

그저 누가 하고 있는 것을 따라 만들어 놓고 ‘우리도 이거 있다’ 라고 말하는 근본 없는 ‘욕망자’와는 그 깊이가 다르다. 그 욕망자가 청소마저 게을리하면 정말 가고 싶지 않은 집이 되는데 불행히도 원주시는 아직도 현수막을 남발해가며 행사를 치르는 수준이다. 더러움을 관용하는 역치도 굉장히 높은 편인 것 같다. 도시로의 진입로에 거대하고 황폐한 현수막, 이쑤시개 같은 가로수, 방치된 쓰레기와 폐기물로 가득한데 몇년째 개선이 없으니 내막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거슬리지도 않는가 싶기도 하다. 심지어 그대로가 소름 돋게 아름다웠던 자연에 내가 낸 세금으로 괴상한 조명 기구와 간판과 현수막을 굳이 덕지덕지 붙여 ‘보시오, 여기가 관광지로소이다’하는 모양을 보고 있노라면 입술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원주가 살기 편하여 만족도가 높으면서도 정교함이나 아름다움을 논하자면 늘 아쉽다. 이러한 답답함을 그래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자주 쉽게 떠남으로 풀고 있다.

+ 강원도 바다 도시들의 현재
허난설헌 생가

강릉의 현실은 분단 국가의 동해 지역이라는 것이고 영동지방 행정의 중심이란 것이다. 그저 아름답게만 가기에는 제약이 많다. 그래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예전보다는 낭만적 요소를 넣으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여전히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 간판과 높은 방파제 위로 가로 지르는 전깃줄들을 보고 있노라면 풍경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숙소를 비롯하여 여러 요소들이 굉장히 빨리 좋아지고 있고 채움에 있어서도 혼재되어 있긴 하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좋아진 요소들이 더 많아 보인다.

울산바위, 속초

대조적으로 속초는 울산바위와 바다가 있어 아무것도 안해도 충분한 지역인데 근래에 와서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아파트 허가가 계속 나버렸다. 채움에 있어 고민이 없으면 관광으로만도 많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후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 저급한 비전으로 생색을 내는데 집중한 지방 행정에 내 마음도 속상하다. 이런 난개발에 대해 속초를 사랑하는 이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지고 있다.

+속초-양양-강릉, 1박 2일

즐겁게 강원도 바다 지역을 다녀보자. 원주에 거주하기 시작하며 자주 다니게 된 행운을 누리고 있기에 꽤 자신있게 동해바다 1박 2일 코스를 추천해본다. 우선은 고성 인근 속초까지 올라간다. 델피노 리조트 근처이다. 깔끔한 하늘아래 울산 바위를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이렇게 생겼나 싶다.

속초중앙시장에서

속초중앙시장은 닭강정이 유명하긴 한데 닭은 우리나라 어느지역이나 맛있는 메뉴이다 보니 게를 시도해봄이 어떨까. 대게는 비싸서 부담스럽지만 박달홍게라는 속초에서 많이 잡히는 품종은 10-1월사이 제철에 가면 좋은 가격에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추천: 아빠가 잡아온 붉은 대게] 시장에는 특색 있는 빵, 튀김류들도 많이 판다. 명란젓 애호가라면 저염 명란도 싱싱하고 가격 좋게 구매할 수 있다. [추천: 승훈이네] 냉장고에 넣어두고 저온으로 바삭하게 후라이팬에 익혀 먹음 좋은 건조 생선들도 추천한다.

속초에는 칠성조선소를 비롯, 특색있는 카페들이 많지만 책을 좋아한다면 문우당 서림을 추천하고 싶다. 큐레이팅 실력과 공간의 역사가 너무나 좋은 곳이다. 바로 옆 공간에는 Koh-I-Noor 연필을 비롯한 사각사각 쓰고 싶은 필기구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이 정도로 공간을 단단하게 운영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영랑호에서 속초를 느끼며 짧게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다.

영랑호, 속초

조금 내려와 양양으로 이동하면 요즘 서핑으로 핫한 죽도~인구 해변이 위치한다. 양양은 그야말로 시골이다가 서퍼들의 선택을 받으며 최근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멋진 20대들이 가장 많은 동해지역이 아닐까. 덕분에 갈때마다 새롭고 인파가 적지 않다. 파도가 세지 않고 잘 타는 서퍼가 많지 않은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추운 우리나라 겨울에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인근에는 핫한 레스토랑이 증가세에 있다. 싱글핀 에일웍스는 시카고 페퍼로니 피자도 좋지만 맥주가 일품이다. 피맥파라면 추천. 소위 양리단길에 가면 수제 버거로 유명한 파머스키친도 있고 신생 맛집들이 즐비하다. 하나씩 바꿔가며 시도해보는 것도 좋겠다.

강릉을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이유는 타지역에 비해 강릉에 좋은 호텔들이 넉넉한 편이다. 나의 경우엔 다음날 원주로 돌아오기도 좋은 위치가 강릉이다. 가성비를 잡자면 세인트 존스 추천. 고급을 잡자면 씨마크 추천. 세인트 존스 호텔은 바로 앞 강문해변에서 다음날 일출을 보기에 좋고 근처 궁짬뽕에서 체크인 후 늦은 저녁을 먹기에도 좋다. 요즘 같이 호텔 조식이 마음 편하지 않은 때는 강릉 중앙시장에는 아침 일찍 문여는 소머리국밥도 좋은 것 같다. [추천: 광덕식당]

강릉엔 핫한 카페가 너무 많은데 처음 가면 테라로사 본점 등을 가기 마련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퍼베이드를 추천한다. 추천의 이유는 가보면 아시리라.

사진: Jamesgraphy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