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영하의 검은꽃(개정판)

몇해전부터 가장 좋아하게 된 작가 중 한명이 김영하인듯하다. 우리 세대들에게는 방송인으로 익숙했던 그이기에 나는 시절 지나 뒤늦게 찾아 읽게 된다. 주로 에세이를 읽다가 처음으로 읽게 된 김영하의 소설이 검은 꽃이다. 이 소설은 2003년 초판이 나왔고 올해 작가가 직접 개정판을 냈다. 2003년이면 본과 2학년때다. 김영하의 소설은 커녕 그 때 무슨 소설을 한권이라도 읽기나 했나 싶다. 내 독서는 그 시절을 한참 지나 인턴 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검은 꽃은 조선말기-일제초기가 배경이다. 각 캐릭터가 참으로 흥미롭다. 망한 조선 왕실의 여자. 무능하기 짝이 없는 양반. 무당. 의리 따위 없이 사는 군상들. 냄새. 욕망. 날씨에 대한 묘사는 작가의 필력을 충분히 담고 있다.

음악도 소설도 그 시대에 잘 읽히는 방식이 있는 것 같다. 고전은 깊게 읽히지만 쉽게 읽긴 힘든 반면, 현대소설은 쉽게 읽힌다. 다만 동시에 깊게 읽히는 소설을 만나긴 쉽지가 않다. 나는 작가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분명 작가도 소설을 쓰기에 앞서 어느 정도 ‘흥행’을 염두하는 듯 요즘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란 휙 지나간다. 마치 영화 한편 본 듯 달콤하게 마른다. 지나가는 면이 적지 않다.

Photo from Barbarous Mexico, 소설의 배경.

하지만 이 소설 ‘검은 꽃’은 끝을 내고도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내내 생각이 난다. 지금을 사는 우리가 옛 시절 누군가와 다르지 않기에 지나칠 수 없는 경험을 하게끔 한다. 관찰한다기 보단 직접 들어가는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주변에 추천하고 있다.